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엑스포, 올림픽, 월드컵은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린다. 엑스포는 5년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 박람회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제전이다. 지금까지 3대 행사를 모두 개최한 나라는 프랑스,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6개국이 전부이다. 세계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3대 행사를 모두 치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올림픽, 월드컵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르며 경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해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한강의 기적’ ‘올림픽과 월드컵 4강의 대한민국’ ‘K-Culture’라는 이름 등으로 전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엑스포를 개최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다수 국민들은 29일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가 불발로 끝나자 깊은 실망감에 빠졌다. 엑스포 유치를 염원하며 새벽까지 파리에서 낭보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끝내 실패의 비보를 접하게 된 것이다.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얻는 데 그쳐 119표를 획득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큰 표 차로 뒤졌다. 사우디는 투표 참여 165개국 중 2/3인 110표를 여유 있게 넘는 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개최지로 선정됐다. 한국은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2/3 이상 표를 얻지 못하게 하고 2위로 결선 투표에 올라가 역전극을 펼치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실패했다. 

그간 정부와 민간 기업 등이 펼쳤던 유치 노력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결과이다. 사우디보다 엑스포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는 정부와 민간이 혼연일체가 돼 각국을 상대로 일일이 접촉해 설득했고, 막판 박빙 판세까지 추격했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대역전의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두 나라의 표 차는 예상을 크게 넘어섰다. 2010 상하이엑스포 유치전에서는 당시 여수시가 준비 과정이 순탄치 못했음에도 4차 투표까지 가는 등 선전했던 것을 비교해보면 이번의 성적은 뜻밖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많은 국제 대형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큰 자부심을 가졌다. 특히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동·하계 유니버시아드를 거쳐 2002년 한일월드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들을 소화해내며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이 나서면 무조건 된다’는 생각이 국민들의 지배적 정서로 자리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엑스포는 스포츠 행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이번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통해 교훈으로 얻었다. 세계 각국이 엑스포 유치에 뛰어드는 이유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엑스포가 열리는 국가에선 자사의 기술을 홍보하거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개최국의 경제 수준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까지 엑스포가 개최된 국가 중 선진국 비율이 90% 이상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엑스포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개최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입증하는 셈이다. 올림픽, 월드컵에 비해선 경제적 규모가 월등히 커 각국은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는 이번에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스포츠 변방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였지만 전 국민이 한마음이 돼 올림픽, 월드컵을 모두 성공적으로 치렀던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엑스포 유치의 염원을 가슴에 다시 새기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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