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새 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대검 중수 2과장 시절 중수부장으로 직속 상관이었던 김 권익위원장을 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사퇴한 지 5일 만이다. 국회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방통위 15년 사상 첫 검사 출신 위원장이 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는 업무 능력, 법과 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그리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감각으로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서둘러 지명한 것은 방송 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연말로 예정된 YTN 매각과 KBS·MBC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 종편 재연장 문제, 포털 규제 등 국정 공백을 막아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선 새 위원장을 조속히 임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러 후보 대상자들이 청문회를 기피하는 통에 인물난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으로선 급하게 사람을 찾다 보니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낸 김 후보자에게 눈길이 갔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방송 개혁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 후보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방송이나 통신 분야 관련 경력이 전혀 없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함께 이용자 보호, 방송의 독립성 보장 등의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현재 방통위는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충돌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방송을 잘 알고 있어도 순탄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방송 경험이 전무한 김 후보자가 방통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지는 의문이다.

방통위원장은 실무적으로 법률 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방통위 직원 200여명이 관련 법적인 문제를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이상인 부위원장이 판사 출신이다. 역대 위원장 7명 가운데 4명이 언론인 출신이었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

김 후보자 지명 발표가 나오자마자 민주당은 “방송 장악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선언”이라고 비난하면서 지명 철회를 촉구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측근인 김 후보자 지명은 방통위의 중립성 독립성 문제뿐 아니라 권익위원장으로서 수개월 만의 자리 이동, 내각 돌려막기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김 후보자가 ‘제2의 이동관’이 돼서는 안 된다. 민주당도 일단 방통위 행정 공백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게 무리한 반대를 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도 앞으로 주요 직책에 전문성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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