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최근 한국 수출용 요소 상당량의 통관을 돌연 보류시킨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다시 국내 요소 수급 불안 우려가 커졌다. 이번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은 2021년 물류와 주요 산업이 마비 직전까지 갔던 ‘요소수 대란’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 정부와 산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안은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요소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의존도는 오히려 2년 전(71%)보다 훨씬 높은 91% 수준이다. 그동안 정부가 요소 수입선을 다변화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요소는 농업용 비료뿐 아니라 산업용으로 긴요하게 쓰인다. 요소를 원료로 만드는 요소수는 경유 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와 석탄발전소 탄소 저감장치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요소 부족은 물류 산업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대중 수입의존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중국 수입선의 작은 문제에도 국내 업계는 큰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베트남과 카타르 등지로 수입처를 다변화했지만 국내에서 가까운 중국산에 비해 물류비용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수입업체들이 다시 중국산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국 당국은 한중 간의 원활한 공급망 협력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기본 입장을 우리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이번과 같은 통관 문제가 한중 공급망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면서 한중 산업 당국 간 공급망 대화 채널을 활성화해 공급망 이상 동향을 조기에 공유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근 긴급회의를 하고 상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밝힌 요소 재고도 약 3개월분으로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2~4주분에 그쳤던 2년 전보다 사정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2년 전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국내에서 벌어졌던 차량용 요소수 대란 사태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요소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과도한 중국산 의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언제든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비단 요소뿐만이 아닐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의 공급망 경쟁에서 희소자원을 여러 차례 무기화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산업부에서 받은 ‘2023년 상반기 특정국 의존도 품목 수입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희토류금속 수입액의 79.4%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중국이 지난 8월부터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선 갈륨과 게르마늄의 중국 의존도는 87.6%나 된다. 

정부는 원자재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경제안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중국과의 적극적인 경제외교 관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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