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숏폼(Short Form)’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가 늘고 있다. 숏폼은 15초~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의 콘텐츠를 말하는데 길고 무거운 주제의 영상보다는 짧고 재미있으며, 유용해 숏폼 영상에 ‘클릭’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은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인 숏폼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숏폼 동영상은 2010년대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TV보다 모바일 기기가 익숙한 Z세대(190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유행이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숏폼 영상을 시청하는 연령대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숏폼 플랫폼으로는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빅테크 플랫폼들이 있다. 이중 틱톡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 중 하나이나 2021년에 유튜브가 최대 60초 길이의 동영상을 호스팅하는 유튜브 쇼츠를 출시하자 출시 6개월 만에 5조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AI를 통해 숏폼 제작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AI 스타트업 리턴제로는 AI 기반 숏폼 편집 툴 ‘아이코(AICO)’를 선보였다. 개인이 만든 영상 콘텐츠를 숏폼 영상으로 변환해주고 자막까지 입력해주는 서비스다.

빅테크 플랫폼들은 한국시장에서 숏폼 서비스를 강화해 효과를 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금년 11월 기준 유튜브의 국내 일간활성사용자수(DAU)는 2542만명을 기록했다. 인스타그램이 1091만명, 틱톡이 161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런 와중에 네이버는 수개월간 예열을 마치고 빅테크가 선점한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본격 반격에 나선다. 네이버는 숏폼 서비스인 ‘클립’의 연간 사업 목표를 두 배로 높여 잡았다. 클립은 일간활성사용자수(DAU) 100만명·일평균 1000만뷰(조회 수)를 조기에 달성했다. 이어 DAU 200만명·일평균 2000만뷰 연내 달성을 새 목표로 잡았다. 이 목표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숏폼 시장에서 틱톡의 DAU를 넘어선다.

네이버의 차별화 전략은 쇼핑, 검색, 블로그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와의 연계다. 블로그, 카페 등 UGC(이용자 생성 콘텐츠)를 오랫동안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익모델을 적용해 숏폼 창작자를 빠르게 끌어모으겠다는 포부다.

네이버 다른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유튜브(쇼츠), 인스타그램(릴스), 틱톡 등 다른 숏폼과 차별된다. 숏폼 영상을 보다가 바로 쇼핑을 하고, 식당이나 여행 서비스를 예약하거나 더 궁금한 정보를 블로그에서 확인하는 식의 확장이 가능하다. 또 네이버 웹툰, 스포츠, 뉴스 등 다양한 관심사·콘텐츠와 숏폼 연계도 가능하다. 네이버의 핵심 자산인 블로그와 숏폼(클립)의 시너지도 주목된다.

지난 20년간 네이버에서 3300만개의 블로그가 개설됐고 28억건의 글이 게시됐다. 블로그에 방대하게 쌓인 데이터와 견고한 팬덤을 숏폼과 연계한다면 빅테크와 다른 새로운 숏폼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숏폼 영상은 매우 짧으나 주제가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오는 영상들로 자꾸 클릭하게 만들어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받게 되거나 종일 머리가 멍해지고 또 밤이 되면 불면 증세로 실생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숏폼 영상에 중독돼 고통을 호소하고 병원을 찾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로 숏폼의 중독 문제가 사회에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숏폼을 디지털 마약, 합성 마약이라고까지 칭하며 숏폼 시청의 단점을 지적한다. 중국은 ‘어린이들의 숏폼 영상 중독 예방을 위한 관리 강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숏폼은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수단으로서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수단으로 이제 대세다. 숏폼은 계속 발전시키되 부작용은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를 정부의 규제보다는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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