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인공지능(AI) 기술은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AI 기술의 개념 구상과 연구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초기에는 놀랍고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상용화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관 기술의 발달, 그리고 상상력과 능력을 겸비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끊임없는 도전 끝에 현실화됐다.

이처럼 상상 속에서만 존재 했지만 현재는 실현을 넘어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 그리고 이것 없이 미래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영향력이 큰 기술이면서 남들이 따라잡기 힘든 독보적인 기술을 ‘딥테크(Deep Tech)’라고 한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 참신한 아이디어 및 도전정신이 필요한 스타트업 분야에 많다.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최초 상용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고 독보적인 성과를 낸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의 우주 탐사·개발 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를 들 수 있다. 스페이스엑스도 설립 당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최초 상용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우주 관광, 화성 개발 등 다양한 구상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런 것이야말로 ‘딥테크’의 진수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딥테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미래 경제를 선도할 딥테크·신산업 스타트업을 발굴해 글로벌 유니콘으로 육성하기 위해 딥테크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딥테크 지원은 큰 틀에서 ‘초격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이다. 산업부에서는 ‘산업대전환 초격차 프로젝트’, 중기부에서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수출·매출이 각각 50% 이상 기여하는 ‘중소·벤처 50+’ 비전도 추진하고 5년간 초격차 스타트업 1000개 이상을 선별해 민·관 공동 기술사업화, R&D, 글로벌 진출 등 2조원을 지원한다.

또한 정부는 2027년까지 15조원을 투입해 딥테크 유니콘 10곳을 육성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10대 분야는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높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 원전, 양자기술 등이다. 10대 분야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초격차 펀드’도 신설한다.

딥테크에 특화된 기술 창업자 및 미래 창업자를 기르기 위한 육성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혁신창업스쿨 교육생을 모집해 혁신기술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모델 및 창업교육을 하고 미래 첨단기술과 인문학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해 미래 창업자를 양성하는 ‘딥테크스쿨 트랙’도 운영 중이다.

첨단 분야 신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을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한국형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와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펀드’는 올해 8조 6000억원 규모까지 확대 조성된다. 민간 협업형 ‘K-스타트업 센터’ 확대와 벤처투자 센터가 구축되고 재외공관을 활용한 스타트업 네트워크도 강화된다. 구글, 오라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을 공동으로 육성한다.

딥테크 유니콘 기업은 우리의 미래다. 정부 정책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예산 등 공공과 발맞춰 움직일 민간 자금이 참여할 동력이 필요하다. 민간 자금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회수시장을 시장 친화적으로 고쳐야 한다. 정부의 예산 투입과 함께 환류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또한 규제 혁신도 강력 추진해야 한다. 중기부는 신산업 발달에 걸림돌인 국내에만 존재하는 ‘나홀로 규제’, 업종·업태별 ‘골목규제’ 등 테마별 규제를 발굴·개선하고 중소벤처기업이 창업과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신설·강화되는 규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규제예보제’를 운영하지만 아직 기대에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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