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브로커를 통해 수천만원의 뇌물을 주고 승진 청탁을 한 사건은 경찰 내부의 부패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검찰은 전남경찰청 소속 경정, 경감 5명이 2021년 1월 승진 심사 전에 전직 경찰관 이모씨나 ‘사건 브로커’ 성모씨 등을 통해 당시 전남경찰청장(치안감) A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파악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A 전 치안감은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검찰은 사기범이 브로커를 통해 경찰을 매수하려 했다는 혐의에서 수사를 시작했는데, 사건을 파고들어 보니 경찰 간부들이 거액을 건네며 인사 청탁을 한 혐의가 속속 드러났다.

내용도 충격적이었다. 대낮에 음식점이나 아파트 주변의 길거리나 주차장에서 금품이 전달됐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뇌물 액수는 경감 승진의 경우 1500만∼2000만원, 경정 승진은 3000만원 하는 식으로 계급에 따라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드러난 경찰 비리 사건은 일부 경찰관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부패의 성격이 짙다.

이번 사건으로 입건된 전·현직 경찰관은 10명이 넘는다고 한다. 수사를 받는 전남경찰청 간부 5명은 실제 모두 승진했다. 경찰청 안팎에선 뇌물 승진 경찰관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뇌물을 건넨 경찰관들은 모두 주관적 업무평가로 이뤄지는 ‘심사승진’을 통해서 승진했다.

심사승진은 경찰관들이 승진시험에 집중하느라 본업에 소홀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는데, 오히려 이러한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현재 사실상 지방청장이 중간 간부들의 심사승진을 좌우하고 있어 승진 대상자가 금품로비도 불사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경찰 전체 차원에서 인사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승진심사위원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과 함께 여러 단계에 걸쳐 심층 면접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경찰은 문재인 전 정부가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면서 규모가 매우 커진 상태이다. 이런 조직이 뇌물 비리로 승진하는 풍토가 만연한다면 경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 있다. 뇌물을 주고 승진한 경찰관은 부정과 비리에 빠져들며 사회를 부패 구조의 늪으로 만들 위험성이 높다. 경찰은 조직의 사활을 걸고 부패 척결에 나서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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