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3일간 1167km에 달하는 순례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회주 자승스님이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3일간 1167km에 달하는 순례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회주 자승스님이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3.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화재로 입적한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스스로 몸을 불사르는 ‘소신공양’을 했다고 공식 밝혔지만,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계종 대변인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자승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불교에서 자화장(自火葬)은 스스로 장작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올라가 다비를 하는 것을, 소신공양(燒身供養)은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우봉스님은 자승스님이 “‘생사가 없다 하니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게(스님이 입적에 앞서 남기는 글이나 말)를 남겼다”며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계종은 자승스님이 스스로 분신을 택했다고 밝혔지만,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자승스님은 입적 이틀 전인 27일에도 불교계 언론을 초청해 기자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며 미래를 다짐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에는 조계종 총무원 주요 보직자와 중앙종회 의원 등을 모아 종단 운영에 관한 방향성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승스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차량에서 발견된 2장 분량의 유서의 내용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유서 형식의 메모에는 “(경찰은)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돼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는 말이 휘갈겨 적혀 있다. 제자를 의미하는 ‘상좌’를 ‘상자’로 쓴 오타도 발견됐다. 경찰은 필적감정을 통해 유서가 자승스님이 남긴 것이 맞는지 명확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자승스님의 입적으로 조계종단과 불교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스님은 “갑작스러운 입적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교는 교리상 살생을 금지하기 때문에 자살도 금기시되는데 전 총무원장까지 지낸 자승스님이 극단 선택을 했다는 점은 의문이 남는다.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계종 스님은 “자승스님을 따르는 사람도 많았지만, 자승스님의 권력독식에 불만을 품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자승스님은 총무원장 퇴임 후에도 종단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이른바 ‘조계종 상왕’이라 불리기도 했다. 종단 내부에서는 이런 자승스님을 비판하며 조계종 개혁과 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왔었다. 

조계종은 종단법에 따라 자승스님의 장례를 5일간 종단장으로 치른다고 밝혔다.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장례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오후 3시부터 마련된 분향소에는 자승스님을 애도하는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분향소에서 만난 한 불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큰스님이 이렇게 돌아가실 줄 몰랐다”며 “너무 황망하고 기가막힌 일”이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자승스님 영결식은 다음 달 3일 오전 10시, 다비는 자승 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앞으로 종단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망 정황이 아직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부검과 DNA 분석, 유서 필적 진위 여부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조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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