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 가능성 열어놓고 수사… 국정원도 현장 감사

29일 오후 6시 50분께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제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천지일보 2023.11.29.
29일 오후 6시 50분께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제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천지일보 2023.11.2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경기 안성시 칠장사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소된 요사채(승려가 기거하는 숙소)에서 발견된 소사체 신원에 대해 자승스님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다.

뉴스1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CCTV, 칠장사 관계자 진술, 휴대전화 위치값, 유족 진술을 종합한 결과”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다만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감정을 진행중에 있다”며 “차에서 발견된 2쪽짜리 유서 형식 메모에 대해서도 진위여부 확인을 위한 필적감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찰 CCTV에서는 요사채에 자승스님 외 다른 출입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승스님은 전날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각 검정 제네시스를 이용해 홀로 칠장사에 도착했고, 칠장사 주지스님을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요사채에 들어갔다.

당시 그의 손에는 플라스틱통 2개가 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후 6시 45분쯤 요사채에서 불길이 일었고, 자승스님은 화재 진화에 나선 소방대에 의해 소사체로 발견됐다.

자승스님의 차량에서는 칠장사 주지스님을 향해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돼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 “(경찰은)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고 적힌 유서 형식의 메모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화재원인 규명을 위해 요사채 등 사찰 현장감식에 착수한 상태다. 현장 감사에는 국가정보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최근까지도 강한 포교 의지를 보인 자승스님이 돌연 사망한 것을 두고 타살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국정원도 타살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앞서 자승스님은 사망 이틀 전인 지난 27일 불교계 언론사와의 간담회에서 다음 순례 계획에 관한 질문에 “향후 10년 동안 대학생 포교에 전념하려고 한다”며 전법에 강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경찰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면서도 CCTV 영상 관련 구체적인 내용 언급은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재 당시 사찰 내에 있던 주지스님 등 3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대변인 우봉스님은 이날 오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자승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며 스스로 분신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조계종은 자승스님이 “생사가 없다 하니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