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종단장으로 엄수… 분향소 조계사 등 마련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 사원에서 열린 ‘세상의 평화를 위한 기원 법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 사원에서 열린 ‘세상의 평화를 위한 기원 법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내 불교계에서 가장 큰 종단으로 꼽히는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의 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체(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입적했다. 세수 69세. 법랍 44년.

‘자승스님이 입적했다’는 소식에 종단은 물론이고 교계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자승스님은 지난 29일 오후 6시 50분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소재 사찰인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입적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생사가 없다 하니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자승스님이 남긴 열반게(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가 발견됐다. 조계종은 자승스님이 스스로 선택해서 분신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타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교계 전반에서는 “자승스님의 갑작스런 입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수사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자승스님의 사망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승스님의 입적을 둘러싼 의혹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국대학교 전 교법사 진우스님은 30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무엇보다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교는 교리상 살생을 금지하기 때문에 자살도 금기시되는데 전 총무원장까지 지낸 자승스님이 극단 선택을 했다는 점은 의문이 남는다”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종 지운스님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지운스님은 “종단에서는 흠도 많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최근까지 부처님의 진리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고 애쓰는 모습을 봤다”며 “안타깝지만 극락왕생을 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회주 자승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서 108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회주 자승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서 108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3.

특히 스님은 “자승스님의 입적에 관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퍼트리거나, 국민들을 이간하려는 행위는 절대 금해야 한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중교편향불교왜곡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선광스님은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종단의 안정과 그리고 우리 불교 발전 또 포교를 위해서 노심초사 걱정하시고 말씀하셨던 분께서 어떻게 그렇게 급작스럽게 운명을 하셨을까”라며 “사고사든 소신공양이든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안타깝고 황망하다”고 밝혔다.

전국 각지 불자들도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고대불자교우회 소속 이종태씨는 “충격적이고 슬프다”며 “아무도 포교에 관심 안가질 때 자승스님이 앞장서서 ‘부처님 법 전합시다’하고 열심히 전법 활동을 했는데 참 안됐다”고 추모했다.

그는 “전국 본사에다가 포교 전담 스님도 만들고 회의도 하고 굉장히 열심히셔서 포교가 잘되겠구나 기대감이 컸는데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며 “한창 일하다가 이렇게 되니 아무래도 타살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모든 건 경찰 조사가 끝나고 알게 될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불자 구모씨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 슬픔에 잠겼다”며 “사실 조계종 내분에 얽혀 결국 이렇게 된 건 아닌지 솔직히 의심도 간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조계종 불자 최모씨는 “불교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니 너무나 충격”이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분이 아닌데, 극단선택이라니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1954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상좌도 지냈다. 자승스님은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총무원장 연임에 성공한 유일한 인물이면서 퇴임 후도 활발한 활동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조계종의 실세로 평가받았다.

사망 전까지 불교 중흥을 외치며 부처님의 도를 전하는 전법에 앞장선 선승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종단 권력을 지나치게 흡수한 정치승이라는 비판도 있다.

자승스님의 장례는 종단장으로 엄수되며 분향소는 조계사 등에 마련된다. 영결식은 12월 3일(음 10월 21일) 오전 10시고 다비장은 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 연화대다. 장의위원장은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맡기로 했다. 조문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가능할 예정이다.

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 전국 교구본사, 종단 직영사찰인 봉은사, 보문사 등에도 지역분향소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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