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시리아 난민도 지구촌 가족… 부모가 자식을 포기하나요”
[피플&포커스] “시리아 난민도 지구촌 가족… 부모가 자식을 포기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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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프시리아 대표 정용상 박사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난민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헬프시리아 정용상 대표


난민 어린이 대부분, 전쟁터 방황해
인권 침해 심각… 선진국의 선도 필요

UN·EU 나서서 개방사회로 이끌어야
NGO, 테러단체 정신문명 계몽해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구촌은 이제 다 가족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부모가 자식을 포기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이처럼 우리는 인류 어느 종족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일념이 있어야 하지요.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선진국이라는 명찰을 떼야 하지 않을까요.”

터키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보도된 후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난민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비영리 민간단체인 헬프시리아 주최로 쿠르디 추모 행사가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이 단체는 시리아 난민 인권 보호를 외치는 국내 유일한 단체이다.

이 단체의 대표는 동국대학교 전 법과대학 학장을 지낸 정용상 박사이다.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해, 그리고 국제문제 전문가가 아닌 법학자가 관심을 갖고 단체를 창립한 이유가 궁금했다. 헬프시리아 대표 정용상 박사를 지난 11일 동국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국내에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시피 한 시리아 난민 문제를 들여다보고 2013년 헬프시리아를 창립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시리아 난민이 침해당하고 있는 ‘인권’이었다.

“2013년 시리아 내전이 격화됐다. 내전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당시 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법학도로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해서 들으니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난 6일 서울 명동에서 헬프시리아 회원들이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쿠르디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왼쪽). 압둘 와합 기획국장이 레바논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난민들의 생활을 들여다 보고 있다. (사진제공: 헬프시리아)
2011년부터 시리아는 내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서구의 경제제재,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 등과 수니파의 정치적인 알력 다툼으로 시작된 내전은 지난해 이슬람국가(IS)가 북부 지역을 장악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IS는 주민들을 학살하고 어린이들까지 징집해 군사훈련을 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시리아를 떠난 주민들은 터키, 요르단, 튀니지 등 국경지역에 마련된 난민 캠프에 수용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은 현재 400만명이 넘는다.

정 박사는 왜 다른 나라도 아닌 유독 시리아 난민의 인권에 주목하게 됐을까. 우리나라 시리아 유학생 1호인 압둘 와합이 정 박사의 제자였기 때문이었다. 압둘 와합은 현재 헬프시리아 기획국장을 맡아 난민 수용소를 직접 찾아가 구호품을 전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 박사는 압둘 와합의 지도교수였고, 시리아 난민을 돕고자 동분서주하며 고민하는 와합의 고민을 경청했다.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전쟁터를 방황하고 있는 모습을 사진을 통해 접했고, 그는 비영리 민간단체라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학용품이나 구호 식량, 영양제 등이라도 먼저 챙겨줘야 하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렇게 해서 지난 2013년 5월 27일 헬프시리아가 창립됐다.

그러나 단체 활동이 쉽지 만은 않다.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 등 국내에도 문제가 산적한데 굳이 가까운 곳도 아닌 시리아 난민까지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비난 섞인 조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박사의 생각은 다르다. 인권을 위해서는 국경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권은 국경이 없지 않습니까. 글로벌 사회에서 어느 특정국가의 문제가 있을 때, 특히 인권문제가 있을 때 그것에 대해서 침묵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추운 겨울 의복이 충분치 않아 한 겨울에도 슬리퍼를 신은 시리아의 한 소년, 폭탄으로 다리를 다친 소년, 폭탄으로 발을 잃은 소년(왼쪽부터). (사진제공: 헬프시리아)
국가적인 차원에서 외교적인 균형 때문에 섣불리 행동할 수 없는 부분도 민간단체에서는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헬프시리아에서는 난민 수용소에 돈을 보내지 않는다. 중간 브로커가 난민에게 물품을 공급하지 않고 착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물가가 비싼 한국에서 물품을 구입하기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현지에서 물품을 사서 직접 전달한다. 이 일은 와합이 목숨을 걸고 직접하고 있다. 현지에서 시리아 유학생은 처결 대상 1호이다. 정 박사는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자국 난민들을 돕고 있는 와합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난민이 발생하는 원인은 전쟁과 분쟁이다. 전쟁과 분쟁을 해결할 방도가 있을까. 정 박사는 국제기구가 나서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회를 개방사회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북한사회를 개방사회로 이끌어내기 위해 현재 각국이 노력하듯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도 개방사회로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소위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동·아프리카 각국의 왕정과 야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국가의 국민들이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선진국들이 정신문명세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이를 할 수 없다면 선진국이라는 명찰을 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 유럽연합(EU)이 나서서 아랍권 정신문명의 정치적인 개혁 개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UN의 권한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6.25전쟁 때 보면 UN의 권위가 대단했다. 하루 사이에 파병이 되는 등 움직임이 활발했는데, 지금은 그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며 “UN의 권능이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NGO 단체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인권을 무시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나 보코하람,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들이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계몽 운동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의 평화는 세계의 평화를 담보하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국제적인 NGO 등은 중동의 정신문명 계몽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나.”

● 헬프시리아 대표 정용상 박사는
ROTC 15기로 제3공수특전여단에서 군생활을 했다. 동국대학교 법과대학장과 법무대학원장,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 한국법학교수회 수석부회장 겸 사무총장, 한국법학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정부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흥사단 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 정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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