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통일시민행동 대표 이진호. ⓒ천지일보(뉴스천지)

평화통일시민행동 대표 이진호

매주 수요일 7시 보신각 앞 ‘수요평화촛불’
항상 새로운 내용의 전단, 한 번도 같은 내용 없었다

[천지일보=홍수정 기자] 광복 70주년,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을 외쳤고 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는 21세기는 동북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며 그중에서도 한반도 접경지역이 향후 2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남북한 통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통일은 잊을 수도 간과할 수도 없는 화두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평화와 통일에 대해 항상 의식하고 있지는 않다. 태풍의 눈 속 온화한 날씨를 사실로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전쟁이 없는 평화의 상태가 당연하게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내 일은 아니라는 듯. 그런데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고 태어날 때부터 안정적인(?) 대한민국에 살면서 전쟁의 위험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행동하는 청년이 있다.

평화통일시민행동 이진호 대표. 전동휠을 들고 나타난 그는 자유로워 보였고, 흰 셔츠에 스카프를 두른 감각 있는 모습이었다. 자신을 ‘평화통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그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활동은 꾸준히 해왔지만 지난해 정식으로 창립하고 조직을 갖춘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많은 사람이 평화통일시민연대와 혼동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횟수가 적지 않은데 몇 년을 이어오면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나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 항상 수요일 보신각 앞에서 하는데 사람이 더 많은 요일이나 장소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토요일에 명동이나 보라매공원으로 간 적이 있었다. 명동은 외국인이 대부분이었고 보라매공원에선 그냥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계속 비슷한 사람들만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보신각을 지키자, 우리의 정체성이 직장인들을 주로 대상으로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실천, 통일에 대한 활동 공간을 마련하자는 거니까 직장인들이 많은 곳에 가서 해야지.’ 이제 보신각은 (우리가) 자리 잡았다. 보신각의 명물이 되고 싶었는데 아직까지는..(웃음)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회원들 대부분이 직장인들이다 보니 꾸준히 (활동) 하기가 쉽지는 않다. 직장 생활하면서 준비하고 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이 애로점이라면 애로점이다. 지금은 돌아가면서 (활동한다). 못해도 한 달에 한번은 꼭 나가본다는 생각을 회원들이 갖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는 것 같다. 많은 때는 몇십명이 모이기도 하고 안 될 때는 그냥 두 명(사무국장이나 정책실장과 나)이 할 때도 있다. 초반에는 혼자 1인 시위도 하다가 정식으로 체계를 갖춰가면서 시민단체다운 모습이 됐다.

-지금까지 200회 이상 진행해 오면서 성과가 있다면

일단 자부심을 갖는 게 아직 큰 파급력을 갖진 못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부터 계속 꾸준히 하니까 이제는 보신각 근처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이 기억하게 됐고, 이렇게 단체를 구성한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 1인 시위로 시작했지만 회원도 늘어났다.
또 하나는 매주 전단 내용이 다르다. 바로 그날 나왔던 그런 발언이나 사건까지 적용해서 전단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가장 따끈따끈한 내용으로 매주 하고 있다. 또 사람들에게는 이런 것도 있다. 우리는 매주 꾸준히 보신각에서 이렇게 하고 있을 테니 뜻을 함께하고자 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와 달라는 그런 취지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그래서 (일례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그런 거 할 때도 되게 많은 분이 우리가 인터넷에 써놓은 글을 보고 찾아왔다. 서울에서 직장 다니면서 늘 걱정하는 분들이 계신 데 그들이 모든 걸 다 버리고 강정에 갈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때 ‘아 진짜 우리의 역할이 이런 거구나. 지금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통일을 위해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게끔 그런 공간을 우리가 잘 마련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강정을 예로 든 것이고, 사안별로 오는 분들이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위안부할머니들이 집회하시는 것 그것도 결국은 평화의 외침이다. 직장인들이 함께하지 못하지만 퇴근하고 보신각에 모여서 평화를 외쳐보자 그래서 매주 수요일로 정했다.

-1인 시위를 시작하신 계기는

연평도 포격이 있었는데 막 여기저기서 막 ‘누가 책임이 있느냐 당장 쳐들어가자’ 그러는데 ‘(내 생각엔) 당장 쳐들어가서 진짜 전쟁을 하려고? 그럼 피해는 결국 누가 보는데? 결국 전쟁은 우리가 다 같이 공멸하는 결과밖에 없는데...’ 그래서 그때 이런저런 생각할 거 없이 퇴근하고 하드보드지랑 매직하나 사 들고 나왔다. 그냥 ‘한반도에 평화를’ 딱 그렇게만 적고 서 있었다. 처음엔 너무 떨려서 나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눈 딱 감고 눈만 보이게 피켓 들고 서있었다. 그런데 사람들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그때 옆에서는 보수단체 할아버지들도 집회하고 있었고, 또 분향소 설치돼 있었다. (거기 그냥 서 있었는데) 그런데 그 집회에 참가한 젊은 사람들도 ‘한반도에 평화를’이란 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해주고 (그랬다) 상식적인 생각이니까. 어떤 분들은 음료수도 사다 주고 가시고 그래서 용기를 얻었다. 그런데 누군가 트위터에 (1인 시위) 사진을 찍어서 올려줬는데 그거 보고 또 찾아와 주시고, 그다음엔 회사 후배 데리고 나가고 또 처음 보는 사람이 찾아오고 그렇게 시작됐다. 그땐 추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어떻게 그렇게 했나 싶기도 하다. 지금은 전단지도 나눠주고 방송도 하고 그러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웃음)

-전부터 평화나 통일에 관심이 많았나

관심 있었다. 대학 때 한참 많이 관심 갖고 그랬었는데 졸업하고 회사 다니면서는 그것에 대해서 늘 생각하거나 그러진 못했다. 바쁘니까 잊고 살았다. 막 토론도 하고 그랬던 때가 언제 있었냐는 듯이. 그러다가 옛 동문들 만나면 옛날 추억하기도 하고 그러고 살았다. 많이 인식하고 그러진 못했다 보통의 직장인처럼. 그러다가 어떻게 그렇게 계기가 됐다. 그땐 1인 시위라는 것도 많이 유행(?)할 때였다. 그렇게 (1인)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에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모이고 그러는데 (제 경우는) 모이진 않았다. 근데 그거 보고 ‘가면 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고 있겠지’ 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없으니까 그냥 머뭇거리다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평화통일시민행동이라는 단체명에 대해

일단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뭔가 ‘움직여야 한다, 액션이 있어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평화통일의 가치에 대해서 동의하고 함께하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움직이지 않으면 누가 대신해서 이것들을 실현시켜주지 않는다. 이거를(평화) 만들어가는 주체는 바로 우리, 시민들이다. 그래서 직접 움직여야 된다는 의미에서 시민행동이라고 지었다.

▲ 평화통일시민행동 이진호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평화통일시민행동이 추구하는 바와 가치관은

이름에 나와 있듯이 평화와 통일. 어떤 전쟁이나 폭력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안정적인 상태 그리고 특히나 우리 한반도에서는 이것이 분단의 극복과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분단이라는 것 자체가 평화와 공존할 수 없는 대립과 대결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같이할 수밖에 없는 거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가, 시민이 직접 행동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우리의 가치관이다.

-동참의사를 밝힌 네티즌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회원으로서 활동하고, 비영리단체로서 운영은

초반에는 다양했다. 제일 먼저 온 친구는 정치학 대학원생이었다. 그 친구가 지금 저희 정책실장하고 있다. 또 취업준비생, 고시생, 직장인 등. 대부분은 2~30대 대학원생 또는 직장인이었다. 지금까지 함께하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 한동안은 그냥 인터넷 동호회 중에서도 되게 느슨한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틀을 잡고 하자 해서 차곡차곡 준비해 작년에 창립했다. 지금은 회원제로 하고 있고 회비로 운영하고 사무실도 마련했다. 회비로는 딱 기본적인 것만 할 수 있다. 사무실 월세, 전단지 만들기 등.
매주 한 번 (사무국장, 정책실장, 선전실장, 소통실장 등 집행위원들) 모여서 회의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한다. 최근에 위임한 소통실장은 의견수렴과 회원들 간의 소통을 담당한다.

-수요평화촛불 외에 평화걷기, 평화통일 시민강좌, 평화기행 등 행사는 얼마나 자주 하는지

그냥 집회만 하면 발전이 없더라. 예전부터 생각해 오던 건데 여력이 안 돼서 진행을 못했었다. 요즘은 회원들도 좀 늘어나고 집행위원들도 열심히 하니까 가능한 것 같다.
원래는 한 달에 한 번 강연도 할 계획이었는데 올 초 1년 사업계획을 하면서 굵직한 행사로 상반기에는 평화통일 시민강좌, 하반기에는 평화기행 ‘다시 가자, 금강산’을 기획했다. 강연은 일회성으로 한 적은 있었다. 금강산관광을 주제로 심상진교수가 강연했는데 예전에 금강산관광개발 할 때 현대에 있었던 분으로 사업 초반부터 쭉 관여하셨던 분이었다. 정책실장이 전공분야인 만큼 우리 자체적으로 주제를 정해서 강연하기도 했다.

-상반기 강연에 대해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개최한 평화통일 시민강좌로 여섯 번에 걸쳐 열렸다. 일단 주제를 정하고 누가 가장 적합할까 논의한 후에 후보를 추리고 연락했다. 대부분 처음 생각했던 분들이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사실 듣도 보도 못한 단체에서 하는데 흔쾌히 해주시니까 좀 놀랐는데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자료도 많이 보내드리고 하니까 도와주셨다. 전체 수강인원은 200여 명 정도. 개별 강좌로 보면 20~30명 이상이었다.

-함께하는 평화운동 단체가 있나

따로 있진 않다. 예전에 많은 단체들이 같이 했었다. 사안에 따라 참여하기도 하지만 일상적으로 공유하고 있진 않다. (단체들이) 다 같이 모여서 회의를 정기적으로 하기도 하더라. 거기에 참관은 한다. 어떤 활동을 어떤 주제로 하고 있는지.. 관심 있는 주제로 뭔가를 하고 있다면 주목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다양하게 필요에 따라서 같이 할 수 있는 데는 최대한 같이 하려고 하고 있다.

-단체명의 첫 단어가 ‘평화’ 인데 대표님이 생각하는 평화의 범위는

세계평화다. 전 세계가 평화로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한반도의 평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평화로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강정해군기지나 최근에 논란되는 사드배치나 다 한반도의 분단을 전제로 해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인데 여기가 평화체제가 확립되고 통일되면 그런 것들이 다 깨질 수 있고, 곧 이게 세계평화로 확대될 수 있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평화를 누릴 우리 자신이 직접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대표는 방해하는 보수 어르신들보다 무관심한 젊은이들에 더 서운하다고 말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평화를 말하고 통일을 말하면 ‘종북’으로 모는 사람들 이해 안 가
그 어떤 당적이나 정치색은 지양

-방해하는 사람들은 없나

있다. 길 가다가 막 북한에 가라고 하고.. 왜 평화 얘기하면 북한에 가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북한이 그렇게 평화로운 곳인지.. 평화를 얘기하거나 통일을 얘기하면 북한을 가라고 한다. 그런 할아버지들이 있다. 막무가내로 그러시는데 처음에는 많이 위축됐었다. 근데 우리 전단을 보면 아주 상식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우리가 무어라 반박해도 듣지 않으신다.(웃음) 이제 그런 (방해는) 그러려니 한다.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더 받을 수 있으면 더 좋은데, 무관심이 무섭다. 사람들에게 전단 나눠줄 때 ‘저는 관심 없습니다’ 하는 게 더 무섭다. (평화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젊은 사람들의 무관심한 모습을 볼 때 상처받는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아직도 서운하다.

-최근 주제는 5.24조치 해제인가

5.24조치 해제로 들어가긴 했는데 최근에 있었던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았었다. 다행히 대화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됐는데 이제 그것들을 잘 지켜나가고 평화적 계기들을 잘 만들어가야 된다. 그때 약속한 남북 간의 만남도 있어야 될 거고 회담도 빨리 진행되면 좋을 테고 그래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빨리빨리 했으면 좋겠다. 금강산 관광 재개도 당장 할 수 있고 남북관계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대북전단살포 이거 막을 수 있다. 5.24조치도 해제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느냐,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실 (남북관계개선) 말은 많이 해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옮긴 것은 거의 없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는 당이나 정치적인 색은 지양한다. 회원들 중에도 당적을 갖고 계신 분은 없다. 같은 생각이라면 연대는 하지만 기대거나 하진 않는다.

평화통일시민행동은 이달 말 ‘다시 가자! 금강산’ 1박 2일 평화기행을 기획하고 접수받고 있다. 금강산 관광재개 기원하며 통일인문학 강사가 들려주는 분단과 평화 이야기를 듣고 아름다운 동해길을 걸을 예정이다. 천하제일 명산 금강산을 직접 다시 오를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