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26일 부산에서 열렸다. 한국에서 열린 것은 4년 3개월 만이다. 3국 정상회담에 대한 윤곽을 잡기 위해서다.

2008년부터 시작한 3국 정상회담은 일본, 한국, 중국 순으로 시작됐다. 2019년 중국 청두 회의가 마지막이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표면적으로 코로나19가 있고, 그동안 한일관계의 악화가 주요 이유로 거론됐다. 윤석열 정권 등장으로 한일관계는 풀렸다. 그러나 한중관계의 냉랭함으로 진정 회담이 멀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다만 중국이 국제적으로 사면초가가 된 것을 느끼고 미중 정상회담을 지난 15일 개최한 후 적극적으로 자세를 취하고 일단 26일 예정된 회담에 참석했다. 한국이 희망하는 연내 3국 정상회담은 어렵지만, 내년에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미국과 패권전쟁을 근 7년간 치르면서 더욱 어려움에 봉착했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 성장률 하락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동북아의 3축인 한중일 회담에 적극적으로는 못 해도 대화를 통한 무역 해빙 분위기 및 안정된 정치, 외교, 경제 분위기 조성에 나설 불가피성을 피부로 느꼈다. 지금도 미국과 대결하는 이인자 국가가 된 것은 체제는 다르지만, 서방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유럽·일본·한국 등과 호혜로운 정치·경제 관계가 유지됐기에 가능했다고 하는 것을 중국은 너무나 잘 안다.

1978년 중국 공산당 11기 3중전회 이래 개혁 개방정책을 취한 45년 동안 미국 경제 규모의 73%까지 따라와 너와 내가 세계를 양분해 지배하자고 제안하는 오만방자함에 이를 정도였다. 이젠 한국 같은 나라는 실질적으로 안중에 굳이 두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만나자면 ‘시간 봐서 보자’라는 입장이다.

40년 전만 해도 지금의 중국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배울까 했다. 덩샤오핑의 실사구시를 내세우고 흑묘백묘론을 부르짖고 선부론을 문건으로 채택하면서 경제에 매진했다. 평화와 발전은 지금 시대의 가장 중요한 국제적·국내적 최고의 가치라고 명명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 주변뿐 아니고 세계가 전쟁 없는 상태가 유지돼야만 하는 것을 국가 정책의 제1로 삼았다. 나아가 전 세계에 평화만의 기조 위에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제2의 국가적 책무로 상정했다. 그 결과 미국 다음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은 한국과 수교했던 1992년 8월 24일 그해 4880억 달러라는 총 경제량을 갖는 국가였다. 당시 한국은 3380억 달러였고 대략 한국의 1.5배 규모의 경제력을 가졌었다. 시간이 지나 2022년에는 18조 달러, 한국은 1조 8천억 달러, 한국보다 10배가 커진 국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군사력은 1998년만 해도 한중은 비슷했다. 그러나 작년 현재 한국보다 5배가 많은 군사비를 쓰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영토는 남한의 96배, 인구는 27배가 많다. 더 큰 걱정은 무역으로 사는 한국보다 산업 경쟁력, 기술 경쟁력에 있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날이 앞서가고 있다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반도체만 빼고 중국에 다 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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