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미중 정상회담이 1년 만에 열린다.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1대 1로 만나기로 했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 회담 이후 단독회담은 처음이다.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 만나기 위해 수면하에서 시작된 실무자 그룹의 노력들이 있었다. 수면 위로 부각 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간의 이틀간 의견교환이 어느 정도 정리돼 공식적 발표를 했다.

미국과 중국의 만남은 국제정치에서 필수 불가결하다. 초국가적 차원의 전 지구적 문제를 다루는 양국이기 때문이다. 구소련을 괴멸시키기 위해 중국을 키워 결국 소련을 무너트렸다. 이이제이를 통한 미국의 전략은 승리를 거뒀다.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은 지구에서 사라지고 그보다 훨씬 국토도 작아지고 약화된 러시아가 역사에 등장했다. 러시아는 과거의 소련같이 강국을 만들겠다는 푸틴이 등장했다. 한때 원유 및 천연자원을 가지고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군사력의 복원을 통한 제국의 지위를 획득하고자 했다. 결국 잘못된 지도자의 오판으로 다시 수렁으로 빠지고 미국 다음의 영원한 국제정치의 2인 자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소련을 제압하기 위해 속칭 의도적으로 키워준 중국이 이제는 너무 크다 보니 미국도 두려워졌다. 근 6여 년간의 집중포화는 중국의 맷집만 키워줬다. 탄력을 받아 첨단 기술개발을 통한 자력 갱신을 도모했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를 느끼게 하는 깨달음도 중국에 던져줬다.

마침 내년 11월에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1년여 남기고 미국 바이든 정부도 어쩔 수 없다.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재선과 미국 및 세계 경제에 꼭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음이 자명해졌다. 중국을 다시 달래 회담 장소로 끌고 나오기로 한 것이다. 국가 간 필요한 이익이 있다면 명분에 앞서 만나는 것도 비즈니스와 같이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미국은 금융과 군사력으로 중국의 목줄을 쥐고 있으니 최소한 내년 이맘때까지는 중국을 끌어들여 최대한 활용할 셈이다. 중국도 나락에 빠진 금년 경제 성장 4.9%가 내년에는 4%로 더욱 내려앉을 예측만 나오고 있다. 뚜렷한 돌파구는 미국과의 상호협력뿐임을 직시했다. 겉은 미지근하지만 속은 적극적으로 나서 미중 회담을 응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쓰는 외교적 화법이 있다.

“건설적이다. 의견을 교환했다.”

이는 아직 이견이 많고 더 만나 얘기하자는 중국식 화법이다. 미국에서 항상 말하는 ‘규칙에 기반 공정한 경쟁과 장의 마련, 중국의 비시장 정책과 관행’ 등이 하루아침에 해소되기는 어렵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투자 제한과 기업 제재, 수출 통제 등이 전 자유민주 진영에서 단행되는 것이 두렵다. 미중 경제 관계뿐 아니라 글로벌 거시경제, 글로벌 도전과제와 대응들도 미중에서 다룰 것이다.

개인 간에도 자주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확률이 높다. 세계를 리드하는 양국은 목전에 닥친 경제 상황의 악화 해소와 자국 국민들에게 권력을 유지할 떡을 더욱 많이 줘야만 한다. 상호 국제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신질서 창출이라는 역할 다함을 보이기 위해서 상호이익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기에 만날 수밖에 없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