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취업자 34.6만명 늘어
60세 이상 33만 6천명 증가
20대·40대 1년 넘게 감소세
제조업 취업자 열 달째 줄어

구직자들이 취업박람회에서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구직자들이 취업박람회에서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4만명 넘게 늘면서 석 달 연속 증가 폭을 확대했다. 취업자 증가 규모가 5개월 만에 가장 컸지만, 청년층과 40대 취업자가 줄고 제조업 분야 취업자도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10월 고용지표에 대해 고용률이 역대 최고를, 실업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고용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0대 이상이 취업자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마저도 전년보다 증가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은 15일 ‘10월 고용동향’을 통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가 2876만 4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만 6천명(1.2%)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35만 1천명)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취업자는 지난 7월(21만 1천명) 2년 5개월 만에 가장 적게 늘어난 이후 8월 26만 8천명, 9월 30만 9천명,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증가 폭을 키웠다.

60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가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주도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33만 6천명 늘었다. 이들을 제외한 취업자 수는 1만명 증가에 그쳤다. 30대와 50대 취업자는 각각 11만명, 5만 1천명 증가했다.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20대 취업자는 7만 6천명, 경제 허리층으로 불리는 40대 취업자는 6만 9천명 줄었다. 20대 취업자는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월간 기준 1년째, 40대는 제조업, 도·소매업, 건설 분야 등의 고용 위축으로 지난해 7월부터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 2천명 감소하며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용률은 1년 전 수준인 46.4%를 기록했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3.3%로 전년 동기 대비 0.6% 상승했다. 1982년 7월 월간 통계작성 이후 10월 기준 가장 높았다.

핵심 취업 연령대인 20대 후반 고용률은 72.7%로 10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15∼64세 고용률은 같은 기간 0.8% 상승한 69.7%로 집계됐다. 이 역시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취업자는 산업별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10만 4천명 늘었다. 돌봄 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했다.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7만 6천명), 정보통신업(7만 5천명) 등에서도 취업자가 늘었다.

면세점 판매 실적 개선에 힘입어 도소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만 1천명 늘었다. 4년 5개월 만의 증가 전환이다. 증가 폭으로는 2017년 11월(4만 6천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숙박 및 음식점은 5만 2천명 늘었지만 증가 폭은 전월(6만 6천명)보다 줄었다. 방한 관광객 증가 효과가 고물가에 따른 소비 감소, 기저효과 등의 영향이 컸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개선에 따른 생산 증가에도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7만 7천명 줄며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 취업자가 10개월 연속 감소한 건 2020년 3월~2021년 3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와 의류 분야는 증가했지만, 전자부품, 기계, 금속 분야 취업자가 줄어든 데 기인했다.

정부는 “제조업 경기가 고용시장에 영향을 주기까지 시차가 있고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컸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해명했다.

교육서비스업(-4만 4천명)과 부동산업(-2만6천명)에서도 취업자가 줄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가 44만명, 임시근로자가 6만 8천명 늘었다. 임시근로자가 늘어난 건 2022년 5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숙박 및 음식점업 분야 취업자 수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일용근로자는 11만명(-9.8%) 감소했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6만 6천명 증가했으나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는 각각 6만 7천명, 5만 1천명 줄었다.

지난달 실업자는 62만 7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만 6천명 감소했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실업률은 2.1%로 1년 전보다 0.3% 하락했다. 실업자 규모와 실업률은 1999년 통계 개편 이래 동월 기준으로 최저 수준이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1606만 2천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명 줄어 32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사유 중에서 ‘연로’가 4만 3천명 늘고 ‘육아’가 12만 2천명 감소했다.

‘쉬었음’ 인구는 전년 동기보다 6천명 늘어난 223만 8천명이었다. 쉬었음 인구는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연령별로 40대(1만 5천명)와 30대(1만 2천명) 등에서 늘었고 청년층은 7천명 줄며 두 달째 감소세를 보였다. 구직단념자는 35만 5천명으로 전년보다 6만명 줄었다.

기재부는 “돌봄 수요 확대로 보건복지업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취업자 수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고용률·실업률 지표는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제조업 고용 부진 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10월 고용률은 63.3%로 역대 최고를, 실업률은 2.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며 “청년층도 핵심 연령대인 20대 후반 고용률이 22개월 연속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평가에 대해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의 질이 나빠지는 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10개월 내내 취업자 증가 폭 중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며 “숫자로는 30만명 넘게 늘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좋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60세 이상 취업자마저도 전년 동기에 비해서 증가 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작년 평균이 45만명대를 기록한 반면, 올해 평균은 3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것에 대해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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