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회공헌 공시 논란
이자수익 과도 지적 이어져
당국 압박에 지원금액 늘려
넉 달 만에 작년 규모 절반
다양한 사회공헌 지속에도
장애인 고용 등 여전히 미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핵심요약-

◆尹정부, 은행에 상생 압박

윤석열 정부가 은행권을 향한 ‘사회공헌’ 압박을 이어가면서, 관련 실적 공시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갑질·종노릇·이자장사’ 등 각종 비판 발언을 쏟아내면서 은행권은 등 떠밀리듯 사회공헌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까지 4대 시중은행이 지원한 사회공헌 규모는 지난해 총 지원액의 절반 이상에 달하기도 했다. 

◆銀사회공헌, 미비한 곳도

은행권이 사회공헌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은행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장애인 고용 비율을 채우지 못해 납부한 부담금이 2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은행권을 향한 ‘사회공헌’ 압박을 이어가면서, 관련 실적 공시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이 ‘생색내기식 사회공헌’ 대신 실효성 있는 지원을 유도하겠다며 사회공헌 공시 분야 중 일부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그간 해온 사회공헌 활동이 금융지원 뿐 아니라 교육, 기부, 환경개선 등으로 다양할 뿐더러 규모 자체도 타 업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지적되고 있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에 대해서도 직접적이진 않지만 전문 직업 교육과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은행권이 사회공헌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당국 압박에 사회공헌 지원액 급증

정부, 여당은 은행의 공공성과 과도한 이자수익을 지적하며 상생금융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앉아서 돈을 벌고 있고, 갑질도 많이 한다”며 “자영업자들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이 반도체, 자동차 등과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기에 60조원의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왜 이런 문제 제기가 있는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필요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이자 장사’ 비판에 은행권은 등 떠밀리듯 사회공헌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은행권의 사회공헌 규모는 이미 작년 사회공헌 활동 지원액의 절반을 넘어선 상태였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 지원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말 기준 4대 은행 사회공헌 활동 지원액은 총 32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 1108억원, 하나은행 817억원, 신한은행 772억원 우리은행 539억원 순이었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 각각 1630억원, 1502억원, 1399억원, 1605억원 규모로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지원액은 지난해 총 지원액(6136억원)의 52.7%에 달했다. 이는 정부 여당이 은행권을 향해 사회공헌 지원을 요구한 데 영향을 받았다. 실제적으로 은행권은 3년간 10조원에 달하는 사회공헌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권은 서민금융 지원 비율도 크게 늘렸다. 김희곤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서민금융 지원 비율은 올해 평균 69.2%로 전년(46.2%) 대비 23.0%p 급증했다. 4대 은행 가운데서 신한은행이 76%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 75.4%, KB국민은행 71.2%, 하나은행 54.1% 순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원 비롯 교육·취업지원까지

이외에도 시중은행들은 업무 특성에 맞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상생금융을 비롯해 환경, 소외계층, 청소년 교육, 시니어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책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문화나눔 활동 프로젝트 ‘KB작은 도서관’ 사업을 2008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116번째 작은 도서관을 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꿀벌 실종과 같은 자연 생태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K-Bee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KB금융은 K-Bee 프로젝트를 통해 작년 4월과 올해 5월, 지난 9월까지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옥상 K-Bee 도시양봉장 1호와 서울숲 K-Bee 도시양봉장 2호, 서대문구청 K-Bee 도시양봉장 3호를 조성하기도 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KB 굿잡 취업박람회’도 2011년부터 이어가고 있다. KB 굿잡 취업박람회로 KB국민은행이 연결한 일자리는 약 2만 3천여건, 정보가 제공된 일자리는 7만 2천여건에 달했다. 

신한은행은 발달장애인 체험형 금융교육을 비롯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카페 운영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이틀간 신한은행 금융교육센터에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보호작업장 ‘파니스’에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30명을 대상으로 체험형 금융교육을 실시했다. 이 교육은 일반 영업점과 동일한 모습의 금융교육센터에서 은행 업무를 직접 체험해 보는 형태로 진행됐다. 신한은행은 앞으로 발달장애인 체험형 금융교육에 관심 있는 단체들을 위해 월 2회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청각장애인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인 ‘카페 스윗(Café Swith)’도 지원하고 있다. 카페스윗은 본래 신한 임직원들의 착한 소비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을 재투자해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교육과 일자리를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무상 공간과 함께 커피 원두가 매월 지원된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 ESG 경영에 발맞춰 문화·예술 분야에서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한편,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발달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마라톤 캠페인 ‘사랑, 하나, 오티즘 레이스’ 공식 후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발달 장애인 예술가와 함께 하는 미술 공모전 ‘하나 아트버스’도 개최하기도 했다. 

또 어린이집 100호 건립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까지 80곳의 어린이집을 건립했으며, 영유아 전용 수유실 및 임산부 휴게실 마련을 위해 맘케어 센터를 조성하기도 했다. 

◆지원금 늘었지만 ‘아직도 부족’ 비판도

은행권이 사회공헌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은행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장애인 고용 비율을 채우지 못해 납부한 부담금이 2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이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대 은행이 지난해 장애인 고용 미달로 납부한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총 206억 9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의 부담금이 45억 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44억 8천만원), 우리은행(43억 5200만원), 하나은행(39억 6100만원), NH농협은행(30억 9천만원), IBK기업은행(3억 1천만원) 순이었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전체 인력의 3.6%, 민간기업은 3.1%다.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은 의무 고용률 3.6%, 시중은행은 3.1%를 맞춰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5대 은행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의무 비율에 크게 미달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작년 6월 기준 총 직원(1만 1120명) 중 장애인 직원은 97명에 불과했다. 장애인 고용률은 0.87%로 가장 저조했다. 신한은행도 총 직원(1만 3022명) 중 장애인 직원은 118명으로 고용률이 0.91%에 그쳤다.

나머지 은행의 장애인 고용률도 1%에 머물렀다. 우리은행은 총 직원 1만 3104명 중 장애인이 131명으로 고용률 1.00%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직원 1만 6369명 중 장애인 직원이 227명, NH농협은행은 직원 1만 6362명 중 장애인 직원이 284명으로 각각 1.39%, 1.74%의 고용률을 기록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총 직원 1만 2749명 중 장애인 직원이 436명에 달해 고용률 3.42%를 기록하며 의무 비율을 상회했다.

윤창현 의원은 “금융업과 은행에는 장애인이 재택근무로도 수월하게 해낼 수 있는 다양한 업무가 있다”며 “은행들은 모집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기다리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장애인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인재를 발굴하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은 장애인 채용이 부진한 것은 맞지만,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직까지 장애인 채용 부문을 부담금으로 때우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중증 장애인 채용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를 위해선 건물 구조 등 많은 부분의 변화가 필요해 차근차근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