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4.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처럼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큰 분들에 대한 배려를 부탁드린 것은 맞지만, 제가 얘기한다고 해서 금리가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현장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생금융에 대해 한 말이다. 이는 상생금융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금융권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은행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압박을 넣었던 것과는 다른,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원장은 ‘상생금융으로 내려간 대출금리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부채질 됐다’는 지적을 연이어 받았다.

이복현 원장이 상생금융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을 유도했을 뿐 대출금리 전반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은행권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복현 원장이 주장해 왔던 상생금융은 특정 계층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2월부터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에 ‘지속 가능한 형태’의 상생금융을 요구해 왔다. 연초부터 이어진 ‘이자장사’ 논란에 이어 당국 수장의 상생금융 압박에 따라 금융권은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전반적인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인하해 왔다.

이복현 원장의 첫 상생금융 방문 현장이었던 하나은행은 방문 한 달 뒤인 3월부터 취약차주 지원 방안을 진행했다. 서민금융상품 차주를 위한 이자캐시백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안심 고정금리 특판대출’,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적 대출금리 인하 등이다. 

이후 우리은행과 KB국민·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모든 소비자를 상대로 가계대출 금리를 낮췄고 실제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효과를 보였다. 이복현 원장의 현장 방문 이후 대출금리 인하, 이자·수수료 경감 등 상생금융이 적용된 상품 공급 규모만 해도 63조 9천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가계대출은 늘어났다. 가계대출은 주요 은행이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시점인 올해 4월부터 높아졌다. 이에 대해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당국의) ‘창구지도’가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를 보이고 있다”며 특례보금자리론 공급과 함께 금융당국의 감독·지도 등을 집값 반등과 가계대출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금융권도 “금융당국 수장이 현장을 방문했던 만큼 이에 맞춰 금리를 내린 부분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초 이복현 원장이 금융권을 들어 이자장사를 한다고 지적을 이어왔었다”며 “이미 분위기를 다 몰아놓고 각 금융기관에게 상생금융 압박을 하면 피감기관 입장에선 금리를 전반적으로 내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맞지만 이복현 원장이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든 것도 사실”이라며 “아예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같은 사실에도 이복현 원장은 국정감사 내내 수차례에 걸쳐 ‘상생금융이 가계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복현 원장은 “상반기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0.3~0.4%p 수준에서 가능한 여력에서 지원해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지만, 이것 때문에 가계대출 추세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기자는 묻고 싶다. 

“이자장사, 상생금융 압박 발언을 올해 초부터 이어왔음에도 정말로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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