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계속되는 출산율 감소로 인해 대한민국은 인구감소로 지구상에서 최초로 사라지는 국가가 될지 모른다는 경고가 국제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인구감소 현상은 우리나라만은 아니고 일본 역시 격심한 인구감소를 겪으면서 2100년대에는 겨우 4천만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아예 국민의 수가 극도로 감소해 국가가 소멸할 정도라니 상상하기 어렵다.

가계대출이 폭증하면서 국제적인 경제진단기구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에 대해 위기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언론은 주택매입과 관련된 경제 현실과 잘 연결되지 않는 보도만 하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 사라졌던 빈대가 확산하면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데도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렇게 민생 이슈가 많은데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내년 총선에만 몰두하고 있다.

사회의 여러 문제가 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소위 메가시티 문제가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서울 주변에 형성된 소도시를 서울로 통합해 거대도시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발전과 함께 경험하는 것이 도시집중 현상인데, 우리나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경험한 것이지만 이에 더해 서울집중 현상 또는 수도권 집중 현상에서 방점을 찍을 거대도시화를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국가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행정부 대부분을 옮겨 행정복합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를 만들었고, 다수의 공공기관을 전국에 분산 배치하는 특별 조치를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법과 제도를 만들어 실행에 옮겨도 서울로 모여드는 국민을 막지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하지 않았거나 알면서도 외면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수도권 집중 현상을 경험한 일본은 수도인 동경시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동경도가 있다. 동경은 주변으로 위성도시들이 감싸고 있다. 이렇게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게 되니까 나타나는 문제는 지방소멸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은 전혀 관계없는 문제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이다. 사람이 정착해 생활하려면 집과 직업이 있어야 하는데, 집이 있어도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면 생활할 수 없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핵심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활동을 통한 수입이다. 경제력은 사람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집이 있어도 먹고 살 수 없으면 그 지역에 정착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업을 구하기 쉬운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일할 곳을 갖지 못한 지방은 점차 인구가 감소하고 결국 소멸하게 돼 그 지방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대다수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서울을 벗어났는데도 우리나라 서울집중 현상 또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은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대입시에 목숨을 걸 정도로 열성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교육열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국민을 서울로 모이게 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문화행사를 비롯해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에 집중되고 있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우리나라 경제를 움직이는 대기업이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즉 직업을 구하려는 사람은 서울로 와야만 취업의 기회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행정부는 옮겼다고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은 그대로 서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교육받고 직업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가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지사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면서 지방분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앙집권국가이다. 지방이 각각 고유한 특성 속에서 자치적으로 발전해온 독일은 베를린이 수도이긴 하지만 연방헌법재판소와 연방대법원 민·형사부는 칼스루에라는 지방도시에 있고, 각 연방재판소와 연방의 공공기관들이 산재해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연방국가가 아니다. 대도시화가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지역별로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직업을 갖고 경제생활을 할 수 있어야 그 지역에 정착하게 된다. 서울만 거대도시화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지방 현실에 맞는 생활권을 형성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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