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사랑의 일기 큰잔치 세계대회 시상식’ 행사 모습. (제공: 인간성회복추진협의회)
‘2023 사랑의 일기 큰잔치 세계대회 시상식’ 행사 모습. (제공: 인간성회복추진협의회)

 

원민음 정치부 기자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 지 8년이 넘었다. 인성교육진흥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면 최소한 줄었어야 할 학교폭력, 교권추락 문제가 지속적으로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로 시끄럽던 2014년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해 2015년 7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해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인성교육의 8대 가치는 예절,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다. 당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6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제정됐지만 시행 8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문제들은 줄지 않았다. 학교폭력은 더욱 심해지고 최근에는 교사들의 잇따른 자살이 사회문제로 비화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른 교육내용이 체육교육, 예술교육, 인문학적 소양과 전통교육, 소통을 위한 미디어교육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더 본질적인 자아성찰 프로그램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나를 바르게 세우고, 그다음에 가정을 돌보고, 그 이후에 나라의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성교육의 시작도 곧 이와 같은 이치일 것이다. 공동체 활동을 통해 자신을 바로 세워가는 것도 좋으나, 스스로 하루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분명 더 긍정적 변화가 이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일기가 아닌가 싶다.

전통적으로 자아성찰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식되던 일기쓰기는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일기검사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일선 학교 대부분에서 사라졌다. 검사를 하지 않으니 쓰라고도 권하지 않으면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까지 사라지는 부작용이 양산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려서 반강제적으로 쓰는 일기는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웠지만, 분명 추억을 남기고,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읽어주는 일기’를 활용한 소통도 있었다. 또 일기 덕분에 학생이나 자녀의 고민을 조기 발견하기도 하고, 하루를 보내면서 좀 더 의미있는 행동을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서 문득 발견된 지난 일기장은 추억과 웃음을 소환하는 더없이 소중한 나만의 기록유산이기도 하다. 성인이 된 후에도 일기쓰는 습관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인성함양과 자기계발에 일기만큼 좋은 재료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매일 일기를 쓰기 어렵다면 감사일기, 세줄 일기 등 일기의 장점을 살리되 부담스럽지 않은 일기쓰기 방법도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일선 학교를 중심으로 ‘일기쓰기’ 운동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사랑의일기’ 사업을 30여년간 이어온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고진광 이사장은 일기쓰기의 필요성에 대해 “반성하는 어린이는 비뚤어지지 않는다. 일기 쓰기가 어린이의 인성함양에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믿음에 변함이 없다”며 일기쓰기를 강조하고 있다. 일기쓰기를 독려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몇 명의 어린이라도 일기를 통해 자신이 변화되는 것을 경험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조금 더 밝아질 것이다. 인추협이 일기쓰기 슬로건으로 내건 ‘반성하는 어린이는 비뚤어지지 않는다’는 문구는 인성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생각을 바뀌게 하는 시작은 자아성찰이다.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어린이라면 분명 비뚤어지지 않고,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인성함양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을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기의 생각은 평생을 좌우한다. 단순히 시간 떼우기식 인성교육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함께 공감하고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인성함양 교육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더욱 필요해 보인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인성교육의 대상은 청소년이 아니라 어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만으로 인성을 완성할 수 없다면서 폐기해야 한다는 비판적 여론도 있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8년이 지난 만큼 그간의 시행착오와 성과 등을 바탕으로 진단과 발전방안 제시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다. 미래 사회를 이끌 청소년을 육성하는 일은 한 나라의 만 가지 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바쁜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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