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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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공공기관장 상당수가 문 정부 알박기 인사 

여야, 정권교체시 기관장 교체 법안 발의했지만 계류 중

원민음 정치부 기자

국감 시즌이다. 올 국감의 볼거리 중 하나는 문재인 정부 알박기 수장들이 올해도 버틸까다. 윤석열 정부 출범 17개월이 지났지만 상당수 공공기관장이 정책 기조가 전혀 다른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이른바 ‘알박기’ 인사들이다.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ALIO)에 따르면 공공기관 90곳 중 문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이 있는 곳은 48곳이다. 전체 공공기관 중 산업통상자원부(18곳)와 국토교통부(13곳) 산하가 가장 많다.

특히 공기업은 전체 32곳 중 산업부 17곳, 국토부 9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산업부 산하기관 중 대한석탄공사, 강원랜드, 한국동서발전, 한국마사회 등을 문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이 이끌고 있다. 국토부 기관 중에서는 국가철도공단(KR)과 한국공항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TS) 등이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집권할 초기에는 강제적으로 공공기관장을 사퇴시켰다. 이 때문에 환경부 장관과 청와대 인사비서관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작 자신들 정권 말기에는 무더기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했다. 공공기관장들의 기본 임기는 3년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2년여를 국정철학이 다른 문재인 정부 알박기 인사들과 보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공공기관에 제대로 반영되거나 시너지가 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미 문 정부 때 공공기관장 강제사퇴에 대해 법원이 철퇴를 내렸기에 윤석열 정부로선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한 딱히 방법도 없다.

산업부와 더불어 공공기관을 산하에 가장 많이 두고 있는 국토부는 원희룡 장관이 실적 등을 이유로 알박기 수장들의 조기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국토부는 알박기 수장인 KR 김한영, 공항공사 윤형중, TS 권용복 등에 꾸준히 압력을 넣고 있다.

최근 열린 국토부 국감에서는 이들을 향한 압박이 재차 이뤄졌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원 장관을 향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28곳 중 14곳의 기관장이 전 정부 인사로 채워져 있다. 이들이 역량을 발휘하면 좋으나 날로 경영 상태가 악화하고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대통령과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려는 법안이 여야 간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에서 빨리 정리해 주길 바란다”며 조속한 법안처리를 주문했다.

‘알박기 인사’에 대한 비난이 커져서인지 정권교체 시 기관장이 자동으로 교체돼야 한다는 데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관련 법안도 여야 양측에서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임기 등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여야를 떠나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데, 정작 알박기 수장들은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신의 자리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모 여당 의원은 ‘겉으로는 소신과 국민, 실제로는 높은 자리와 수억대 연봉을 탐내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수박’에 빗대기도 했다. 물론 정권따라 기관장이 무조건 물갈이 되는 것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중에는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별로 관계없는 실무적 성격을 띤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집행하고 지원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대부분이다. 특히나 국민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 에너지 기관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반영해야 하는 곳이다. 이런 기관장들이 대통령이 바뀌었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정방해를 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미국은 정치적 임명직에 해당되는 공직은 따로 구분해 정권 교체와 동시에 자동으로 물러나도록 제도화돼 있다. 우리도 여야가 대통령과 공공기관장들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견 조율이 안 돼 차일피일 관련 법의 통과는 미뤄지고 있다. 누가 차기 정권을 차지해도 필요한 법안인 만큼 효율적 국정 운영 측면에서 법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정철학이 다른 공공기관 수장들의 불편한 동거는 국민들 보기에도 불편하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법을 핑계로 공공기관장들이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은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미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이 있으니 여야가 조속히 조율해 내년 국감과 차기 정권부터는 알박기 인사로 인한 소모적 논쟁이 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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