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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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음 정치부 기자

금융위원회가 내년 6월까지 8개월 가까이 공매도 전면 금지조치를 취했다. 주식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첫날은 코스피가 급등했다. 하지만 다음날 도로 주저앉으면서 개미들이 혼란에 빠졌다. 공매도 전면 금지라던 정부 발표와 달리 시장 조성자에 대한 공매도는 허락하면서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 전체 공매도는 되레 늘어났다. 개미들은 이에 시장 조성자들에 대한 공매도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금지조치 이후에도 공매도 논란이 이어지던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불법 공매도 문제를 더 방치하는 것은 공정한 가격 형성을 어렵게 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힐 뿐 아니라 증권시장 신뢰 저하와 투자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시장 조성자도 공매도를 금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매도(short selling)란 없는 것을 판다는 의미로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 되갚은 후 차익을 얻는 투자를 말한다. 한마디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주식시장이 약세장이 돼야 이득을 볼 수 있기에 전체 거래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공매도에 쏠릴 경우 주식시장이 한순간에 폭락하는 등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측면이 있어 각국에서는 공매도에 많은 규제를 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개미 투자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이유는 국내 주식시장에선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에만 유리하게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개미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봐왔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불법 공매도가 의심된다는 주장이 있던 차에 최근 실제 BNP파리바, HSBC 등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됐다. 그간 이미 엄청난 손실을 경험한 개미 투자자들은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반가우면서도 늦은감이 있다고 토로한다. 이미 심각한 손실로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있는 개미 투자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매도의 순기능, 기관‧외국인만 누렸다

전문가들은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본시장 전체적으로는 순기능이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불법 공매도가 없을 때의 이야기다. 현재까지 국내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과 기관 등 특정 주주에게만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 공매도가 2%에 불과한 것과 달리 일본의 경우 개인투자자 공매도 비중이 20%를 넘는 이유도 이런 제도의 불공정성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과 투자기관 공매도 상환 기간은 사실상 무제한인데다 담보비율도 105~120%인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담보는 120%에 기간도 90일로 한정 돼 있어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이처럼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없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공매도는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말과 더불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만 웃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힘없는 개미 투자자들은 당연히 올라야할 주식을 들고도 하소연도 못하고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공매도 금지, 개미들은 환영할 수밖에

국내 공매도 금지는 이번 포함 총 4차례다. 2008~2009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영향으로 인해 전체 상장 종목 대상으로 8개월간 금지했다. 2차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유럽 재정위기를 야기해 3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3차는 코로나 사태 동안인 2020년 3월부터 6개월간 금지했다. 코로나 변이로 인해 2차례 연장했고, 2021년 5월 3일부터 코스피 200과 코스닥 150 상장지수 구성 종목에는 공매도가 허용됐다.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공매도를 8개월간 전면 금지시킨 것과 관련해서 일각에서 내년 4월 10일 총선을 겨냥한 정책 꼼수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간 공매도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경험한 주주들이라면 환영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워야

이번 공매도 금지조치에 대해 외국인이 떠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한국 주가를 떨어트리기 위해 들어온 작전 주라면 말은 달라진다. 이번 공매도 금지조치는 정부에서 불법 공매도 근절책 마련을 위해 한시적으로 취한 조치이니 취지에 맞는 결과로 답을 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 8개월 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이던 공매도 관련 법이 보완되고 아울러 불법 공매도를 일벌백계(一罰百戒)할 강력한 처벌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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