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만에 양측 6천명 이상 死
중동 시아파 ‘맹주’ 이란도 분노
美는 억제 차원 항모 등 軍 배치
팔 분열도 이번 사태 큰 장애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각) 테헤란의 혁명광장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 참석해 희생된 팔레스타인 어린이 상징물들을 앞에 두고 가슴에 양손을 얹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 세계 사람들은 미국을 이스라엘의 공범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AP/뉴시스) 2023.10.24.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각) 테헤란의 혁명광장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 참석해 희생된 팔레스타인 어린이 상징물들을 앞에 두고 가슴에 양손을 얹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 세계 사람들은 미국을 이스라엘의 공범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AP/뉴시스) 2023.10.24.
편집자 주

지난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보복공격에 나서면서 양측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시한부 대피령’을 내린 이후 가자지구로부터 도망쳐 온 사람들이나 남은 주민들 모두 당장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보장받지 못하면서 인도주의 위기가 악화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을 두고 세계 각국이 진영 논리 속 서로 나뉘면서 ‘중동의 화약고’가 ‘세계의 화약고’가 될 거란 우려도 더해진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Shekoofeh Dadgostar Mansori)가 보내온 글을 번역해 게재한다. 그는 이란 출신으로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유럽과 튀르키예, 이란 등을 오가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스페인 국적을 보유한 그는 유럽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길목인 튀르키예와 중동 지역에 대한 통찰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 칼럼니스트.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 칼럼니스트.

“중동과 같이 변동성이 매우 높은 지역에서 어떻게 갈등을 관리하고 완화할 수 있는 지역적 메커니즘이 아직 없는 걸까요?”

지난 2012년 가을 글로벌브리프(Global Brief) 뉴스에 게재된 샘 사산 쇼아만쉬(Sam Sasan Shoamansh)라는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11년이 지난 지금 분쟁은 끝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보면 심각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이번 전쟁으로 중동이 발전할 기회를 잃고 있다는 건 가슴 아픈 사실이다. 중동 국가들은 서방 국가만큼 강대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간의 갈등은 중동 전체 안보를 저해하는 경향이 있다. 동아시아와는 대조적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대만 등은 모두 국내총생산(GDP)이 높고 큰 발전을 이룩해왔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고유의 양상에서 탈피, 독립적으로 경제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의 일부 나라들은 여전히 이전과 동일한 안보 수준을 유지하는 데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확산 방지에 결정적인 이란 역할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 때문에 중동은 종전처럼 안보 위주의 질서로 돌아갈 것인가.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최근 앙카라에서 열린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란이 군사적·정치적 관점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입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의 저항 노선은 특히 군사그룹과 정치적 수사(rhetoric), 행동 방식을 통해 지역 정치 기반의 지지를 얻었지만, 이스라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최근 몇 년간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과 하마스의 해방 운동 사이에 수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둘은 상호 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이제는 분쟁의 지리적 영역이 더 커지는 것을 막는 게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란 전쟁 개입 시 미국 입장은

전문가들로부터 이스라엘과 이란이 사용할 미래 전술을 짐작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면 미국도 필연적으로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아이디어에 반대하며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억지력을 사용하기를 원한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이란 사람들이 테헤란의 혁명광장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24.
지난 18일(현지시각) 이란 사람들이 테헤란의 혁명광장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24.

미 국방부는 이란 연합군의 참전을 억제하기 위해 항공모함 두 척, 지원함, 해병대 약 2000명 등 상당한 양의 해군력을 중동에 파견한 상태다. 미국이 지중해 동부에 항공모함을 보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런 움직임이 전술적·전략적 목표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팔레스타인 그룹들 사이의 분열은 잘 알려져 있다. 팔레스타인이 단결되지 못하는 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법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란, 하마스 공격에 연루됐을까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얀 이란 외무장관의 인접국 방문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초기부터 이란에 대한 비난이 제기된 시기와 일치한다. 일부 언론 매체는 저항 운동의 지도자들이 이란의 고위 군부 및 정치 인사들과 가진 회의를 바탕으로 하마스가 공격을 준비하는 데 이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최근 뉴욕타임즈(NYT) 보도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이란과 다른 지역 군대가 이스라엘에 맞서 더 큰 공격을 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징후가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이 하마스의 이번 공격 계획과 직접 연관돼 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지었다. 몇몇 미국 관리들은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중요 관리들이 허를 찔렀다는 정보를 미국이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제 언론과 여론을 종합해보면 이란이 이-팔 갈등에 간섭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현재의 평온함은 폭풍의 시작일 뿐인 것으로 보인다. 경험상 이란이 어디에도 간섭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공격 중단 않으면 확전 초래”

압돌라얀 이란 외무장관은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 와중에 항상 저항의 축을 따라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시리아와 레바논·이라크·카타르를 방문했으며 그곳의 공식 및 비공식 관리들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 이야기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가 포함돼 있었는데, 이는 이란이 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압돌라얀 외무장관에 따르면 이란에는 ‘마지노선’이 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이 계속되고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침공 위협을 감행한다면 이란이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주재 이란 대표부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즉각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은 통제 불능 상태가 돼 광범위한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이란 해군의 민간 선박 나포 시도로 미 해군이 출동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이 연출되는 등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양국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이란 근해에 배치된 미군 USS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모습. (AP/뉴시스)
최근 이란 해군의 민간 선박 나포 시도로 미 해군이 출동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이 연출되는 등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양국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이란 근해에 배치된 미군 USS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모습. (AP/뉴시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지난 18일(현지시각) 테헤란의 혁명광장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 참석해 희생된 어린이 상징물들을 앞에 두고 가슴에 양손을 얹는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슬픔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사람들은 미국을 이스라엘의 공범으로 생각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란인들은 이번 사태 어떻게 볼까

이란은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스라엘을 자신의 제1급 적으로 간주해 왔다. 이란의 외교 정책은 ‘이스라엘의 죽음’을 중심 주제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란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에 직접 개입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역사에서만 찾긴 어렵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국경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이란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란 매체 옵저버토리(Observatory)는 최근 “테헤란 대학의 혁명적 학생들이 국영 메흐라바드 공항에서 ‘가자 지구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학생들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피켓에 적힌 구호를 외치며 긴 시위를 벌였다. 자신들이 가자지구 최전선에 합류할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많은 이란인들은 소셜 미디어와 가자 분쟁에 대한 댓글을 통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대다수의 이란인들은 이란이 분쟁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것보다 식량과 의약품과 같은 기본 필수품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이번 전쟁이 터진 이후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상승했다. 이란 사람들은 기본 필수품을 충족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이란 바시즈 민병대원들이 테헤란의 혁명광장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 중 이스라엘의 죽음을 상징하는 관을 옮기고 있다. (AP/뉴시스) 2023.10.24.
18일(현지시각) 이란 바시즈 민병대원들이 테헤란의 혁명광장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 중 이스라엘의 죽음을 상징하는 관을 옮기고 있다. (AP/뉴시스)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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