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규모 복합 내전’ 시리아 전쟁
이란·러시아·튀르키예 등도 개입해
긴장 완화·적대행위 중단 합의 타결
시리아, 아랍체제서 활로 찾을 전망

바샤르 알아사드(오른쪽) 시리아 대통령이 아랍연맹(AL)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18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서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AL 사무총장과 얘기하고 있다. (AP/뉴시스)
바샤르 알아사드(오른쪽) 시리아 대통령이 아랍연맹(AL)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18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서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AL 사무총장과 얘기하고 있다. (AP/뉴시스)
편집자 주

친서방과 친러 간 대리전 양상으로 지상에서 가장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복합 내전’으로 평가받는 ‘시리아전쟁’이 끝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가 작용했다. 이란과 튀르키예, 러시아가 이 과정에 개입했다. 이에 따라 아스타나 프로세스의 주역인 친러 진영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서방이 이를 저지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아랍연맹으로 복귀한 시리아는 이 틀 내에서 새롭게 활로를 찾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Shekoofeh Dadgostar Mansori)가 보내온 글을 번역해 게재한다. 세쿠페 닷고스타는 이란 출신으로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유럽과 튀르키예, 이란 등을 오가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스페인 국적을 보유한 그는 유럽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길목인 튀르키예와 중동 지역에 대한 통찰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 칼럼니스트.
세쿠페 닷고스타 만소리 칼럼니스트.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로 12년을 이어온 ‘시리아전쟁’이 끝나가고 있다. 지난달 20~21일(현지시간) 시리아와 튀르키예·이란·러시아 외교 관계자들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Astana)에서 시리아의 평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란-사우디에 이어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교 공관을 재개한 이후다. 시리아와 이란·튀르키예·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5월 10일 모스크바에서 아스타나 프로세스의 재개를 통한 시리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평화협상 협의에 착수한 바 있다.

카자흐스탄 외무부는 지난달 22일 “친선의 표시로 아스타나에서 시리아에 관한 회의를 재개할 가능성을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21일 카나트 투미쉬 카자흐스탄 외무부 차관이 “시리아에 관한 20차 아스타나 회담이 이 형식의 최종 회담이 될 것”을 제안한 데 대한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한 외무부 성명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제안은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했기 때문에 가령 아랍연맹 같은 다른 플랫폼 틀 안에서 앞으로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면 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

실제 카나트 투미쉬 카자흐스탄 외무부 차관은 “아스타나 형식의 시리아에 관한 국제회의 참가자들이 아스타나에서 협상을 계속해 달라는 집단 요청을 표명한다면 카자흐스탄은 호의의 표시로 그 과정을 재개할 가능성을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는 이란과 튀르키예, 러시아가 시리아 일부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프로세스를 가리킨다. 시리아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 정부의 야당 파벌도 회의에 초청해 화해 협상을 진행해 왔다. 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에서 논의한 결과 지난 2018년부터 시리아 정부와 야당은 ‘시리아 헌법위원회’를 설립, 새로운 시리아 헌법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왔다.

2018년 11월 이슬람국가(IS) 소탕과 이듬해 2019년 10월 당시 미 트럼프 행정부의 전격 철군 발표, 미 국방부(펜타곤)의 저항에 이어 마지막 난제였던 쿠르드족 문제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재로 북부 튀르키예 국경 근처에 안전지대가 설정됐다. 시리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헌법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평화가 정착되는 데 가장 극적인 돌파구 중 하나로 평가된다.

◆대리전 됐던 시리아 전쟁

시리아전쟁은 미국·이스라엘·유럽연합(EU)·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쿠르드 및 IS)와 시리아·이란·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지상에서 가장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복합 내전’이었다.

지난 2018년 전쟁 중인 시리아 이들립주(州)에 15~20㎞ 규모의 비무장지대가 생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해 9월 17일(현지시간) 소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이같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AP/뉴시스)
지난 2018년 전쟁 중인 시리아 이들립주(州)에 15~20㎞ 규모의 비무장지대가 생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해 9월 17일(현지시간) 소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이같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AP/뉴시스)

2014년 3월과 2015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분쟁을 종식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잠시나마 휴전이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매번 휴전협정이 깨졌고 다시 위기가 격화됐다. 양측은 모두 휴전 결정을 어긴 상대방을 비난했다. 휴전에 실패한 양측은 종전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확산된 폭력으로 대응했다.

2015년 12월 10일 시리아 정부와 무장 반군 간 협정을 통해 이뤄진 포괄적인 휴전은 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가 회담으로 시작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회담에서는 처음으로 시리아 정부 대표들이 무장 반군 단체 대표들과 직접 협의를 진행했다.

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를 통해 러시아가 시리아 문제를 주도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전통적 주요 행위자들은 중동에서 존재감이 약해졌다. 결국 아스타나 프로세스의 주역인 러시아 및 터키, 이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중동은 이러한 권위주의의 존재감이 더 드러나는 지역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각국이 보는 아스타나 존치 문제

하지만 아스타나 프로세스의 존치 문제가 각국의 이해관계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우선 튀르키예와 시리아 간의 외교적 논의가 본격화됐고, 시리아를 가입시킨 아랍연맹(AL)은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안정됨에 따라 더 이상 아스타나 협상의 틀이 필요한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랍연맹은 최근 회의에서 시리아 재통합의 핵심 전제조건 중 하나로 ‘아랍 지도하에 외국 개입 없이’ 정부와 야당 간 대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더욱이 러시아가 지난해 1월 튀르키예-시리아 국방장관 회담을 주최하면서 초청 대상에서 이란을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러시아가 튀르키예를 설득해 아스타나 프로세스 대신 시리아와의 새로운 협상 틀을 마련하려 한다는 추측이 강화된 것이다. 따라서 카자흐스탄 외무차관이 ‘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의 역사적 임무가 끝난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은 러시아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란과 시리아는 시아파 국가이자 반미라는 공통분모가 많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에 이란 혁명군을 파견해 아사드 정부를 지원했고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에 군인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란이 시리아와 배타적인 관계를 맺는 것보다 아랍국가들의 광범위한 이해관계 속에서 시리아의 국가재건이 이뤄지는 것이 지역 평화에 더 이롭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자체도 아랍국가들의 구심력에 맞서 혼자서 시리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명분과 실리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독립국가연합(CIS)의 집단안보조약기구(CTO)를 이끌어 온 러시아와 관련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남부 코카서스 지역 국가들 및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불만 표명, 몰도바의 노골적인 친서방 행보가 이뤄진 바 있다. 모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의 구심력이 떨어지는 징표로 해석된다.

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 참가국들은 지난달 하순 제20차 회담을 마치면서 공동성명을 통해 올해 하반기에 시리아에 관한 21차 국제회의를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시리아 문제는 이제 아랍연맹의 이해관계 속에서 새롭게 활로를 찾을 전망이다.

드론 촬영 카메라로 찍은 시리아 홈스주(州)의 영상이 유튜브에 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1분 37초짜리 영상에는 5년 가까이 이어진 내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전쟁 이후 홈스. 파괴, 외로운 아이들 유튜브 영상 캡처)
드론 촬영 카메라로 찍은 시리아 홈스주(州)의 영상이 유튜브에 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1분 37초짜리 영상에는 5년 가까이 이어진 내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전쟁 이후 홈스. 파괴, 외로운 아이들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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