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무기창고·지휘소 빼곡
어린이집 내부에 땅굴 흔적도
민간인·공공시설 방패 삼았나
이스라엘 “임박한 테러 무력화”
가자 이어 서안지구 분쟁 증가
팔 “민간인들 80명 이상 숨져”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 제닌에 있는 이슬람 사원 ‘알 안사르 모스크’를 덮쳤다. 사원 아래에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 활동’이 활발하게 준비돼왔으며, 이제 곧 테러공격이 시행될 거라는 첩보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23일 천지일보가 입수한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테러작전 영상에는 먼저 코란(이슬람의 경전) 글귀가 벽에 걸려 있고 의자 등 예배 용품들이 비치된 예배당이 나온다. 그러나 그 아래로 내려가니 예배하는 신전이라고는 상상치도 못할 모습이 펼쳐졌다.
현장은 방마다 각종 무기나 작전 지휘를 위한 CCTV, 땅굴을 팠던 잔해 등으로 빼곡했다. 특히 이 모스크는 자체 어린이집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인형 놀이터 등 그 방 내부는 땅굴 잔해를 담은 포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겉으로 보면 신성하기만 한 사원이 실상은 모스크와 어린이집을 방패 삼은 작전 거점이었던 셈이다.
더 들어가면 ‘지휘센터’도 등장했다. 내부에는 사원 주변부와 시내 주요 거점들을 비추는 16대의 CCTV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어떤 방은 아예 무기창고로 쓰는 공간도 있었다. 그 내부에는 소총과 권총 등 각종 무기와 수류탄, 방탄조끼까지 수두룩해 누가 보더라도 군사작전을 위한 은밀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군은 테러 세력이 이곳 일부를 ‘인질 처형장’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무장세력이 모스크나 학교, 병원 등 민간인들이 많이 몰리는 공공장소를 방패 삼아 반이스라엘 작전을 펼친다는 말은 무성했으나, 유치원까지 달린 모스크를 거점으로 삼은 것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22일(현지시간) 이곳 제닌 난민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이 모스크를 급습했다. 그 이유로 ▲모스크 아래 작전 지휘센터가 있었던 점 ▲지난 7월 이후 테러분자들에 의해 테러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었던 점 ▲중대하고 임박한 테러 공격작전을 꾸미고 있었던 점 ▲지하화된 인프라와 무기 저장소가 있었던 점 등을 들었다.
이스라엘안보국(ISA)과 IDF는 공동발표를 통해 “지난 몇 달간 수차례 테러를 자행하고 추가로 임박한 테러를 준비 중이던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테러조직의 테러조직을 공습했다”며 “이들은 지난 14일에도 보안 울타리 근처에서 폭발물을 폭발시켰던 테러조직”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이슬라믹 지하드는 하마스와는 또 다른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를 말한다. 최근 가자지구 아랍병원 오인 발사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자지구에 맹폭을 퍼붓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를 공격한 것은 전쟁 발발 후 두 번째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서안지구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28시간 동안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19일 서안 툴카름에 있는 한 난민 캠프에도 공습을 가했었다. 이 공습으로 12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폭력사태도 급증하면서 가자지구에 이어 서안지구까지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은 전쟁 이후 이스라엘군과 충돌로 서안지구에서 83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소 1400명이 사망하고 가자지구에서는 44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