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무기창고·지휘소 빼곡
어린이집 내부에 땅굴 흔적도

민간인·공공시설 방패 삼았나
이스라엘 “임박한 테러 무력화”

가자 이어 서안지구 분쟁 증가
팔 “민간인들 80명 이상 숨져”

23일 천지일보가 입수한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테러작전 영상. 이에 따르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아래에는 방마다 각종 무기나 작전 지휘를 위한 CCTV, 땅굴을 팠던 잔해 등으로 빼곡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이스라엘안보국(ISA) 제공 영상 캡쳐) ⓒ천지일보 2023.10.23.
23일 천지일보가 입수한 이스라엘 방위군(IDF) 모스크 대테러작전 영상. 이에 따르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아래에는 방마다 각종 무기나 작전 지휘를 위한 CCTV, 땅굴을 팠던 잔해 등으로 빼곡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이스라엘안보국(ISA) 제공 영상 캡쳐) ⓒ천지일보 2023.10.23.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 제닌에 있는 이슬람 사원 ‘알 안사르 모스크’를 덮쳤다. 사원 아래에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 활동’이 활발하게 준비돼왔으며, 이제 곧 테러공격이 시행될 거라는 첩보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23일 천지일보가 입수한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테러작전 영상에는 먼저 코란(이슬람의 경전) 글귀가 벽에 걸려 있고 의자 등 예배 용품들이 비치된 예배당이 나온다. 그러나 그 아래로 내려가니 예배하는 신전이라고는 상상치도 못할 모습이 펼쳐졌다.

현장은 방마다 각종 무기나 작전 지휘를 위한 CCTV, 땅굴을 팠던 잔해 등으로 빼곡했다. 특히 이 모스크는 자체 어린이집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인형 놀이터 등 그 방 내부는 땅굴 잔해를 담은 포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겉으로 보면 신성하기만 한 사원이 실상은 모스크와 어린이집을 방패 삼은 작전 거점이었던 셈이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 제닌에 있는 이슬람 사원 ‘알 안사르 모스크’ 내부 배치도. (제공: 이스라엘 방위군(IDF)·이스라엘안보국(ISA)) ⓒ천지일보 2023.10.23.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 제닌에 있는 이슬람 사원 ‘알 안사르 모스크’ 내부 배치도. (제공: 이스라엘 방위군(IDF)·이스라엘안보국(ISA)) ⓒ천지일보 2023.10.23.

더 들어가면 ‘지휘센터’도 등장했다. 내부에는 사원 주변부와 시내 주요 거점들을 비추는 16대의 CCTV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어떤 방은 아예 무기창고로 쓰는 공간도 있었다. 그 내부에는 소총과 권총 등 각종 무기와 수류탄, 방탄조끼까지 수두룩해 누가 보더라도 군사작전을 위한 은밀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군은 테러 세력이 이곳 일부를 ‘인질 처형장’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무장세력이 모스크나 학교, 병원 등 민간인들이 많이 몰리는 공공장소를 방패 삼아 반이스라엘 작전을 펼친다는 말은 무성했으나, 유치원까지 달린 모스크를 거점으로 삼은 것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 제닌에 있는 이슬람 사원 ‘알 안사르 모스크’. (제공: 이스라엘 방위군(IDF)·이스라엘안보국(ISA)) ⓒ천지일보 2023.10.23.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 제닌에 있는 이슬람 사원 ‘알 안사르 모스크’. (제공: 이스라엘 방위군(IDF)·이스라엘안보국(ISA)) ⓒ천지일보 2023.10.23.

이에 이스라엘군은 22일(현지시간) 이곳 제닌 난민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이 모스크를 급습했다. 그 이유로 ▲모스크 아래 작전 지휘센터가 있었던 점 ▲지난 7월 이후 테러분자들에 의해 테러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었던 점 ▲중대하고 임박한 테러 공격작전을 꾸미고 있었던 점 ▲지하화된 인프라와 무기 저장소가 있었던 점 등을 들었다.

이스라엘안보국(ISA)과 IDF는 공동발표를 통해 “지난 몇 달간 수차례 테러를 자행하고 추가로 임박한 테러를 준비 중이던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테러조직의 테러조직을 공습했다”며 “이들은 지난 14일에도 보안 울타리 근처에서 폭발물을 폭발시켰던 테러조직”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이슬라믹 지하드는 하마스와는 또 다른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를 말한다. 최근 가자지구 아랍병원 오인 발사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자지구 알할리 병원 폭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이 17일(현지시각)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 천막에 놓여 있다. 이 폭격으로 최소 5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2023.10.18.
가자지구 알할리 병원 폭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이 17일(현지시각)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 천막에 놓여 있다. 이 폭격으로 최소 5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2023.10.18.

가자지구에 맹폭을 퍼붓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를 공격한 것은 전쟁 발발 후 두 번째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서안지구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28시간 동안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19일 서안 툴카름에 있는 한 난민 캠프에도 공습을 가했었다. 이 공습으로 12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폭력사태도 급증하면서 가자지구에 이어 서안지구까지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은 전쟁 이후 이스라엘군과 충돌로 서안지구에서 83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소 1400명이 사망하고 가자지구에서는 44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 제닌에 있는 이슬람 사원 ‘알 안사르 모스크’ 내부 배치도. (제공: 이스라엘 방위군(IDF)·이스라엘안보국(ISA)) ⓒ천지일보 2023.10.23.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 제닌에 있는 이슬람 사원 ‘알 안사르 모스크’ 내부 배치도. (제공: 이스라엘 방위군(IDF)·이스라엘안보국(ISA)) ⓒ천지일보 2023.10.23.
이스라엘군 급습 피해 상황 살피는 서안지구 주민들[서안지구=AP/뉴시스] 2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누르 샴스 난민 캠프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급습 이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서안지구를 공습해 하마스 테러 요원으로 추정되는 63명을 구금하고 7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2023.10.20.
이스라엘군 급습 피해 상황 살피는 서안지구 주민들[서안지구=AP/뉴시스] 2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누르 샴스 난민 캠프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급습 이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서안지구를 공습해 하마스 테러 요원으로 추정되는 63명을 구금하고 7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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