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우리의 임무는 눈에 보이는 이스라엘인을 모두 죽이고 복귀하는 것이었다.”

하마스의 특공대인 ‘누크바(Nukhba)’ 대원이자 가자지구 출신이라고 밝힌 한 포로가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ISA, 정식명칭 이스라엘안보국)의 심문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포로로 붙잡은 하마스 대원이라며 2일(현지시간) 공개한 신베트 심문 영상에는 30대로 추정되는 아랍인 남성이 등장한다.

8개월에서 1년 전쯤 하마스 대원으로 활동해왔다는 그는 변조된 목소리의 신베트 요원으로부터 지난 7일 유대교 절기 ‘안식일’에 가해진 기습공격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먼저 이스라엘로 잠입해왔을 때 받은 명령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미션은 간단했다. 그저 죽이는 것이었다. 납치는 계획에 없었다. 보는 모든 사람을 죽이고 복귀하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신베트 요원이 ‘왜 모든 사람을 죽이라고 했느냐’고 묻자 그는 “(지휘부가) 모든 이스라엘인 정착인들은 과거 군인이었고, 현재 정착촌엔 군인들만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모든 여자들이 군인이었다고 그랬느냐’라는 질문과 ‘어린이·여성 가릴 것 없이 모두 죽이라고 했느냐’라는 질문엔 모두 “그랬다”고 밝혔다.

이어 급습한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선 ‘크파르 아자(Kfar Azza) 키부츠’가 작전 지역이었다고 설명했다. 크파르 아자르 키부츠는 지난 7일 하마스 기습 시 영유아와 어린이, 여성 등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발생한 곳이다. ‘키부츠(Kibbutz)’는 집단거주지 또는 농업·공업공동체를 말한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해달라는 말에 그가 답한 내용은 이렇다.

하마스 누크바 대원들은 같은 팀이 아닌 한 가이드를 따라 지프를 타고 국경으로 이동했다. 가이드가 폭파 장비를 써서 크파르 아자 인근 국경 장벽을 개방해줬고 대원들은 마을로 침입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에 있는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살해된 이스라엘인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10.11.
이스라엘 군인들이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에 있는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살해된 이스라엘인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10.11.

대원들은 가장 가까운 첫 번째 집으로 들어갔으나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동료가 외부 방을 불태웠다. 이후 누군가 집 뒤에 있는 정원으로 파이프를 들고나왔다. 그를 발견한 동료 대원 둘이 총을 쏴 그를 사살했다. 이게 처음 발생한 일이다.

이어 다음 집으로 향했다. 창문에 불을 붙였고 모든 유리창을 깨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찾을 수 없었다. 침실에 불을 지르고 다음 집으로 이동했다. 세 번째 집에는 문 근처에 한 여자가 있었다. 동료가 그를 죽였고 집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다음 집으로 이동했다. 집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 뒤 한 시간 반가량 집 안에 머물렀다. 머무르는 동안 가져온 노트북을 켜 뉴스를 이리저리 확인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중 3명의 정착민들이 대원들 방향으로 들어왔다. 서로 시선이 마주쳤다. 주민들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헬멧을 착용한 한 남성 주민을 쐈고 그가 쓰러졌다. 동료 대원이 남은 둘에게 수류탄을 던졌다. 총격을 멈추고 뒷문을 통해 그 집을 나와 수풀로 들어갔고 두 시간가량 나무 아래 몸을 숨긴 채 대기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다른 한 집에 창문을 통해 들어갔고 안에서 과일과 물로 허기를 달랬다. 잠시 후 어린아이들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하마스 대원들은 모두 소리가 들리던 그 방의 문을 향해 총을 쐈다. 더 이상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다. 아기들은 그렇게 죽었다. 몇 명인지 자세히 밝히지 않은 채 ‘그들(they)’이라고만 했다.

곧 이스라엘군이 현장에 도착했고 총격이 벌어졌다. 하마스 대원들은 수류탄도 던져봤지만 수적·장비적 열세 속에 10분 뒤 결국 투항했다.

이번 심문에서 아이와 여성 총격에 대해 유독 많은 질문을 던진 신베트 측은 “이슬람에서 어린이 살해가 용납되느냐. 창시자 무함마드가 이와 관련해 말한 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하마스 측 포로는 “용납 안 된다. 아이들은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이슬람 국가)와 하마스 누크바와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는 “심문자가 내게 보여준 것들을 보면 차이가 없다. IS 수법보다 더한 것들도 봤다”고 답했다.

이 하마스 포로는 부모가 알면 자신을 호되게 혼낼 거라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 신베트 측이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가 이러한 행위를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으냐”는 물음에 포로는 “그들은 제가 하마스 대원인 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가 저를 보면 죽이려 할지 모른다. 이런 행위들을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칠 줄 모르는 피의 보복전

이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자리 잡은 ‘중동의 화약고’에서는 어린이들과 여성 등 민간인들까지 가리지 않은 피비린내 나는 양측의 보복전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앞서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조직 하마스는 유대교 안식일인 지난달 7일 새벽을 기해 이스라엘 도심을 향해 5000발에 달하는 미사일 폭격을 가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230만명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에 더 압도적인 위력의 공습을 연일 쏟아붓고 있다. 최근에는 그간 벼르고 별렀던 지상전까지 착수, 육해공 통합작전으로 가자지구 곳곳을 박살 내고 있는 모양새다.

인구가 밀집한 곳이어서 민간인 사상자도 속출했다.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의 난민촌을 강타해 가자 내무부 발표 기준 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가자시티 내 알 아흘리 병원에서도 지난 17일 미사일 폭격으로 500여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공포 휩싸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출처: 연합뉴스)
사진은 공포 휩싸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출처: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이 대규모 반격에 나선 지난달 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9061명 이상이 숨지고 3만 2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2일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는 3760명, 여성은 2326명이다. 이스라엘에서는 1400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주의와 확전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은 보복전을 더 치밀하게 해나가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유대교 국가인 만큼 피를 부르는 보복전이 극악으로 치달을 거란 전망이 나왔었는데, 이러한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이번 전쟁을 통해 국제법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의 국제법으로는 경우에 따라 민간인 살상도 허용된다.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군사적 이익이 민간의 피해와 비례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제인도법으로 불리는 전쟁법은 무력분쟁을 전제로 한 법 개념으로, 최대한이 아닌 꼭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인도적 원칙만 담고 있다. 이에 현재의 이 같은 국제법으론 실질적인 민간인 피해 방지나 나아가 전쟁 억지력을 갖추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라파 마을의 파괴된 건물 창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천진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출처: AP/뉴시스)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라파 마을의 파괴된 건물 창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천진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출처: AP/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이스라엘 폭격 생존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넋을 잃고 앉아 있다. (AP/뉴시스) 2023.11.01.
지난달 3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이스라엘 폭격 생존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넋을 잃고 앉아 있다. (AP/뉴시스) 2023.11.01.

 

병원 마당에 수습된 폭격 희생자들 시신[가자시티=AP/뉴시스] 가자지구 알할리 병원 폭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이 17일(현지시각)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 마당에 놓여 있다. 이 폭격으로 최소 5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오폭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2023.10.18.
병원 마당에 수습된 폭격 희생자들 시신[가자시티=AP/뉴시스] 가자지구 알할리 병원 폭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이 17일(현지시각)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 마당에 놓여 있다. 이 폭격으로 최소 5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오폭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2023.10.18.
피랍 주민 무사 귀환 기원하는 키부츠 주민들[텔아비브=AP/뉴시스] 2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크파르 아자 키부츠 주민들이 눈을 가리고 손을 묶은 채 하마스에 납치된 주민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이 작은 키부츠에서는 지난달 7일 어린이 7명 포함 18명의 주민이 하마스에 납치됐으며 그중 가장 어린아이는 3세였다. 2023.11.03.
피랍 주민 무사 귀환 기원하는 키부츠 주민들[텔아비브=AP/뉴시스] 2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크파르 아자 키부츠 주민들이 눈을 가리고 손을 묶은 채 하마스에 납치된 주민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이 작은 키부츠에서는 지난달 7일 어린이 7명 포함 18명의 주민이 하마스에 납치됐으며 그중 가장 어린아이는 3세였다. 2023.11.03.
[모디인 마카빔=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모디인 마카빔에서 한 부부가 아들의 장례식 도중 오열하고 있다. 이 부부의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는 지난 8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살해됐다.
[모디인 마카빔=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모디인 마카빔에서 한 부부가 아들의 장례식 도중 오열하고 있다. 이 부부의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는 지난 8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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