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국민의힘 지도부가 주말인 14일 임명직 당직자의 전격적인 총사퇴를 단행하며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폭풍 수습에 나섰다.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자들이 한꺼번에 사퇴하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충격패를 당한 뒤 당 내부에서 분출한 ‘지도부 책임론’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동시에 내년 총선까지 지지율 상승을 끌어올리는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사퇴 ‘깜짝 카드’는 총선 실무를 진두지휘할 사무총장단은 물론이고, 정책위의장, 여의도연구원장 등 선거 국면에서 핵심 포스트로 꼽히는 자리가 포함됐다. 이들의 총사퇴는 김기현 대표가 당 안팎에서 분출한 쇄신 요구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기회라는 것이다.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진교훈(민주당), 김태우(국민의힘) 후보 간 득표율 차가 17.15%나 났다. 야당 강세 지역임을 고려하더라도 예상 밖의 큰 격차였다. 이는 민심이 3년 전처럼 보수 여당에서 멀어졌음을 의미한다. 여권으로선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김태우 구청장 당선)를 거치며 애써 끌어안은 중도층을 한꺼번에 놓친 셈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5개월 만의 선거가 여권의 완패로 귀결된 데는 김태우 후보를 공천·전략한 실책도 있겠지만, 그 밑바탕엔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 작용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은 국정 운영에 대한 깊은 성찰과 총체적 쇄신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 패배 이후 쇄신 방향과 수위를 두고 김 대표가 지도부 핵심 인사들과 긴밀히 논의를 진행해온 결과 이철규 사무총장이 먼저 백의종군 의사를 밝힌 뒤 나머지 임명직 당직자들이 뜻을 모아 ‘총사퇴’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가 기초자치단체장 한 명을 채워 넣는 ‘초미니 보선’이었다는 점에서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는 이례적인 수준의 고강도 인적 쇄신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임명직 당직자가 총사퇴를 했다는 것은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 현 지도체제를 완전히 뒤엎는 변화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함께 내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본격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며 무너진 정치 복원과 국민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 거대 야당의 독주만 탓할 게 아니라 도덕적 우위에 서서 국정 주도권을 쥐고 국민만 바라보고 나아가야 한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민생 정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 패배가 전화위복이 될지는 오로지 여권의 뼈를 깎는 쇄신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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