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말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기하는 문제를 채택했다.

기존 헌법 서문에 담긴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에서 더 나아가 무기 개발의 목표와 방향성을 비교적 상세하게 명문화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고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공표한 데 이어 사실상 핵무력 발전정책을 영구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신냉전’ 구도를 언급하며 ‘반미연대’를 재차 구축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협상을 통한 비핵화를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 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과 핵타격 수단의 다종화 및 실전 배치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 연대를 가일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에 국가최고법인 헌법까지 고쳐 핵무력 정책을 못 박은 건 사실상 핵무기 개발을 국가 정책으로 영구 추진하겠다는 선언으로 봐야 한다. 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뒤흔드는 것은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원천 차단하는 것이어서 깊이 우려스럽다.

북한은 그동안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온갖 도발을 일삼아왔다. 최근에는 신냉전 기류가 짙어진 현 국제정세를 들어 핵무력 강화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북한에 유리한 국제정세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핵무력 헌법화는 향후 세대나 정세가 바뀌어도 핵무기는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구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불법적인 핵 개발로 온갖 제재를 받는 처지이다. 국제사회에서 아무리 자위 수단으로 개발했다며 스스로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해도 인정받을 수 없다. 북한이 핵 개발을 헌법에 명시한 것은 체제의 근원적인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주민들의 욕구를 억누르며 국내 불만을 한국을 무력통일시키기 위한 주요 수단인 핵무력으로 전환하려는 선동의 일환이다.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헌법에까지 못 박은 상황에서 북핵 해결의 돌파구는 기대하기 어렵다. 핵개발 정책에만 열을 올리는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에 큰 관심이 없는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이 무단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을 두 달여 만에 일방적으로 추방한 데서도 드러난다.

지난 7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월북한 킹 이병의 신병 문제로 북미 간 직접적인 대화의 물꼬가 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무색하게 북한은 조건 없이, 중국을 거치는 인계 방식으로 킹 이병을 풀어줬다. 특히 북한은 오랜 혈맹 중국에 더해 우크라이나전에서 미국 주도 서방과 대척점에 있는 러시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허튼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군사적 대응 태세를 단단히 갖추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 꾀하는 3각 연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한미일 동맹 강화에도 집중적인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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