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의원총회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할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신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는 6일 본회의 직전에 다시 의총을 열어 당론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 전원은 부결 당론을 요청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이견을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그간 인사 문제에 관한 표결은 자율투표로 진행하는 게 관례였는데 당론으로 채택하면 정치적인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는 것이다.

국회 임명동의안은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될 수 있다. 168석을 가진 민주당이 반대표를 던지면 바로 부결된다. 국회 임명 동의를 못 얻어 사법부 수장이 공석이 되는 사태는 1988년 이후 처음 일이 될 수 있다.

대법원장 공백이 현실화하면 사법 파행은 불가피하다.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과 동시에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미뤄지면서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안철상 대법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법원장 공백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사법부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영장 기각 이후 친이재명 지도부로 새 판을 짜며 강공을 이어 가고 있다. 지도부는 제2, 제3의 대법원장 후보자라도 더 부결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소속 의원들에게 편지로 부결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이 후보자 인준 부결 움직임은 이 대표의 재판 지연을 노린 전략이란 분석이다. 이 대표는 현재 여러 재판에 걸려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지난 3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고 지난 3월 기소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재판도 6일 예정돼 있다.

이 대표가 2027년 대선에 출마하려면 앞으로 재판에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아야 된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의혹들이 대법원장 업무 수행에 큰 하자가 없는 것이라면 임명동의안에 협조해야 한다. 민생이 걸린 사법부 수장 자리를 당략에 이용할 경우 민주당은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대통령실은 만일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신속히 지명해야 하며, 사전에 야당에 설명해 사법공백 최소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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