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혐의 외 백현동·대북송금 의혹 모두 소명 부족
‘백현동 의혹’엔 “의심 들긴 하나 현시점 직접 증거 부족”
‘대북송금’엔 “관여 정도 등 관해 다툼의 여지 있어 보여”
이 대표 신병 확보해 수사하려던 검찰 계획에 제동 걸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헌정사 최초로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됐지만 법원의 판단은 국회와 달랐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27일 기각을 결정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성남도개공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부연했다.

앞서 유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 8분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해 오후 7시 24분쯤에 마무리했다. 장장 9시간 17분 동안 심사를 진행했다. 역대 2번째 긴 시간이다. 가장 오랜 심사 시간은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구속심사 당시 10시간 5분이다.

이 대표는 전날 구속심사에서 장기간 단식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필요한 대목에선 직접 발언권을 얻어 설명에 나섰다. 이 대표 측 변호인 박균택 변호사는 이 대표가 최후진술에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두 개 검찰청이 1년 반에 걸쳐서 광범위한 수사를 했다. 별로 인멸할 증거 자체가 없다”며 “법리상 죄 자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 증거인멸까지 갈 필요도 없다고 재판부에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미뤄 법원은 이 대표 측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대표의 혐의의 엄중함을 강조하면서 위증교사 등을 이유로 증거인멸 염려를 특히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는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백현동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김성태(구속기소)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이미 1년이 넘도록 수사해 인멸할 증거라는 게 없을 정도라는 점을 지적했다. 백현동 관련해선 1000억원의 수익을 올렸음에도 200억원을 더 벌지 않아 배임죄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남에 따라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해 각종 비리 행위 의혹의 전모를 밝히려던 검찰의 계획엔 제동이 걸리게 됐다. 법원의 판단은 이 대표를 향한 수사 정당성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두 차례의 구속영장 청구 끝에 헌정사 최초로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결과를 받아냈고 영장실질심사의 기회를 얻어냈으나 법원에서 이 대표 구속 필요성을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는 흔들리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고 자신을 전방위로 압박해왔던 검찰에 반격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 대표는 당내 리더십을 회복해가면서 검찰을 향해 ‘정치 보복’, ‘검찰권 남용’ 등을 주장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방향을 전면 재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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