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 항저우가 어제부터 언론을 장식한다.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때문이다. 1990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에 이어 세 번째로 중국이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도시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10개 중 하나의 도시에 속한다. 오래된 역사와 유물 자연이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돼 어우러진 도시로 명성이 높다. 급격한 도시화로 옛날보다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사적과 유물들이 잘 보존돼 있다. 유학 시절 그 먼 북경에서 밤새워 기차 타고 가본 지역이기에 낯설지 않다. 많이 알려진 상하이에서도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의 대문호이며 시인인 소동파가 탄생한 곳이다.

무엇보다 유명한 속담이 있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항이 있다고 한다(上有天堂, 下有蘇杭).” 중국인들이 좀 과장이 심하지만 천당에 비견되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살기가 좋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 있는 장소이기에 속담으로 면면히 전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6.5㎢의 호수 시후(西湖)는 중국 전역뿐이 아니고 세계인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다. 배를 타고 그 유명한 롱징차를 마시면서 호수를 돌아보는 상품은 잊히지 않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기에 충분하다. 시후 오염 예방을 위해 중국이 자랑하는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로 만든 유람선이 넓은 호수를 유유자적한다. 시후는 외부인은 물론 195만명의 항저우 시민이 자주 애용하는 여가활동 장소도 유명하다. 시후 주변에는 이밖에도 고풍스러운 육화탑이라는 오래된 탑과 문화 유적지가 잘 보존돼 있고 게다가 멋진 자연들과 혼연일체가 된 경관들이 시후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중국 역사에서도 남송의 수도였다. 아열대 기후이며 제주도 보다 위도상 밑에 있지만 평균 기온 16.5도를 보이면서 사계절이 뚜렷해 중국의 모택동, 등소평을 비롯한 역대 영도 그룹들이 휴양지로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중국의 역사 도시이며 한때 수도이기도 했던 항저우는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스포츠 및 외교의 중심지로 잠시 부각 되고 있다. 국제 올림픽 위원장을 비롯한 IOC 위원들이 집결하고 있으며 한국의 한덕수 국무총리도 개회식에 23일 밤 참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회식에 직접 참석해 각국의 총리급 외교 사절들을 맞이했다. 눈에 띄는 인사는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다. 부인과 함께 참석해 자국의 선수들이 입장할 때 국기를 흔들면서 맞이하는 장면이 화면에 크게 부각됐다.

이날 개회식 전에 시진핑과 확대 정상회담도 가졌다는 소식이 중국 관영 CCTV에도 보도가 됐다. 한국 총리가 시진핑을 만나 회담을 할지 아니면 잠시 환담을 할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중국은 서방의 기피인물을 안방에 초청해 보란 듯이 회담도 개최했다. 전 세계에 TV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란 듯이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국 외교의 일면이고 당연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외교에 있어 국익을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하나의 단순한 단면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기회가 올 때 살리듯이 상호성의 원칙에서도 한국 대통령 방문이 많았는데도 시진핑이 한국을 답방하지 않았기에 한덕수 총리가 또다시 기회가 있다면 차제에 시진핑 답방을 직접 면전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 소원해진 양국관계의 해결은 그나마 지속적 접촉과 최고위층의 정치적 대화도 한몫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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