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에는 한국의 삼성전자에 해당하는 화웨이라는 회사가 있다. 인민 해방군 출신 런정페이가 1987년 창업했다. 급성장해 2015년부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애플 다음으로 세계 3위 자리를 확보하기도 했다.

통신장비 부문에서 2009년 스웨덴 에릭슨에 이어 세계 2번째가 됐고 2012년부터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 회사로 군림하고 있다. 한때 세계인이 사용하는 5G폰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화웨이 제품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서방은 화웨이가 개인, 기업, 국가에 제공한 장비에 극비리에 설치한 피싱기술로 정보를 빼가거나 필요할 때 활용할 복제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극렬히 비판했다. 소위 화웨이 제품 사용 불가 정책이 나올 정도로 극단적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이는 트럼프 집권 이후 벌어진 미•중 패권전쟁 중 일환인 대중국 원천기술 봉쇄전략의 최고점을 찍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미•중 기술전쟁의 대표적 상징회사까지 된 화웨이. 산업의 쌀 반도체를 결국 서방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서방의 대 화웨이 금수에 가까운 기술이전 불가 정책은 화웨이의 위기 및 중국 반도체 산업 지체와 공멸 의식의 만연에까지 이르게 됐다.

쥐도 코너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듯이 속칭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로 자체 기술개발에 매진해 지난달 29일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다고 공개하기에 이른다. 2020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제재가 시작한 이후 스마트폰 애플케이션 프로세서 조달이 불가능했다. 사업을 접을 정도로 판매량도 급감했다. 회사 전체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금번 발표로 화웨이의 기술자립이 이뤄진 게 아닌지 세계 전문가들도 사실 확인에 분주하다.

급기야 9월 3일부터 중국 판매에 들어갔으며 미국 제재 3년 만에 이룬 성과를 놓고 중국 관영 매체들도 앞다투어 “자주 혁신 기술개발로 반도체 자립을 이뤘고 미국제재가 실패로 돌아갔음이 증명됐다”고 대대적 선전술을 전개하고 있다. 서방도 제재가 무용했고 결국 자체 기술개발 역량만 키워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 상황이다.

그동안 14나노 정도의 생산기술 수준을 인정하고 있었던 서방이었다. 이번에 판매 제품을 분해한 결과 7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기린 9000s’ AP를 장착해 5G 스마트폰 메이트 60프로를 출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 이번 기술은 2017년의 기술이다. 10나노급 이하 첨단제품에 사용되는 장비와 자재는 일체 중국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향후 진보된 기술개발은 어려울 것이며 서방에 더욱 경각심을 줬기에 조심하면 된다고 안위한다면 큰 오산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2만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 단위의 미세회로를 웨이퍼 위에 새겨서 만드는 기술개발을 중국은 시간의 문제지 해낼 것이다. 소련이 주지 않은 핵무기와 인공위성개발 기술을 끈질기게 연구해 만든 경험도 있다. 셀 수 없는 기초과학 종사자와 50만명이 넘는 반도체 기술 전문가가 존재한다. 공산당 특유의 전 국가적 총역량 동원과 거국적 지원체제는 무엇을 말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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