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은 역사가 오래됐고 한나라의 한고조 유방을 칭송하며 순수 한족들만이 중국을 지배했다는 허상들만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산시성과 하남성 일대 당나라 수도 시안을 중심으로 황하강 상류지역을 토대로 제한된 범위에서만 사실상 오늘날 개념의 영토주권을 행사할 정도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보는 960만㎢의 강역은 공산당 정권이 수립된 1949년 10월 1일 이후의 영토, 영해, 영공일 뿐이다. 원래 중국역사에서도 보면 그렇게 크지 않았고 국경 개념도 없었기에 한족 중심의 과거 중국 영토의 크기는 지금 생각하는 엄청난 크기의 영토가 아니다.

한국인의 관념 속에 어릴 때부터 중국은 크고 인구도 많다는 전언들이 무의식 속에 상호 간 각인돼갔다. 진정 중국의 실체를 파고들기보다 결국 모든 것이 크고 많고 오래된 국가로, 비유하자면 범접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코끼리로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 이젠 냉정히 현실을 직시해 과거부터 중국의 과장된 부분들을 살피고 무비판적 관점보다 극중의 지혜를 하나씩 축적해 당당한 국가전략을 실천해야만 한다.

현재 미국과 패권경쟁 중 내치를 위해 통일적다민족 국가론과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는 시진핑 정권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단일민족이 아닌 중국, 한족을 포함해 56개의 다민족국가다. 한족이 다수인 12억 7천만명, 장족 1617만명, 만주족 1068만명, 회족 981만명, 묘족 894만명, 위구르족 839만명, 몽골족 581만명, 티베트족 542만명, 조선족 192만명 등의 55개 소수민족이 있다.

진정 한족이 주도한 중국의 역사를 보자. 순수한 한족이 중국 전역을 지배한 기간이 얼마나 될까? 수천년 중국의 역사를 그들이 자부한다면 단지 681년에 불과하다. 그들의 가슴에 박혀있는 한나라 405년, 명나라 276년. 나머지는 어떤가? 한족이 아닌 선비족, 거란족, 몽골족, 여진족, 돌궐족, 심지어 흉노계족 등 비 한족이 지배한 역사적 기간이 더 길다.

순수 한족보다 비 한족이 압도적으로 중국 대륙의 실재적 주체였다. 중국 전역을 완전히 지배한 징기스칸의 몽골족 원나라는 1260∼1368년까지 108년을, 만주족의 청나라가 1616∼1911년 300여년을 지배했다. 수백만명의 인구밖에 안 되는 몽골족과 만주족만 하더라도 한족을 근세까지 400여년간 통치했다. 손문의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 왕조가 멸망했고 대만으로 간 중화민국이, 그리고 마오쩌둥의 공산혁명으로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정권이 건국됐다.

중국의 강역은 그들이 외치는 한족의 역사가 아닌 이민족 통치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민족의 한족화(漢族化)제국주의 실현을 통해 현재의 다민족통일국가론이 나왔고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경직된 체제의 한계를 담지하기에 강력한 외부의 충격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유연성의 부족으로 꺾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영원히 내재한 국가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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