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17∼18일까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정상회의가 열렸다.

10년을 자축하는 시진핑의 야심 찬 중국몽 실현을 위한 국제적 정상회의다. 150여개 국가에서 정부대표단을 파견했고 정상들은 27개국에서 참여했다. 낯익은 인물은 러시아의 푸틴이다. 7개월 만에 다시 시진핑을 만나기 위해 북경을 방문했다. 양자는 집권 기간 42번이나 만났지만, 러•우 전쟁 중 자국 수도를 비워놓고 참석할 정도로 푸틴은 시진핑과의 우호를 돋보이게 하고 미국의 견제로 상호 궁지에 몰린 당사자 간 우의를 다지고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 간과할 수 없다.

2017년 1회, 2019년 2회, 정상회의가 열렸다. 정상들도 참여한 3번째 국제포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2019년의 34명의 정상보다 줄어든 27개국 정상들만 참석했다. 한화로 그동안 1400조 이상을 투여해 중국 중심의 우호국을 만들고자 했다. 패트롤달러 체제를 흔들어 보려는 중국의 노력은 참여국들에게 부채만 가중시키는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낳고 있다. 서방에서는 이탈리아가 이번에 참석하지 않았고 그리스, 체코 등도 정식회원국이지만 정상들이 불참했다.

한국은 원래 참여국도 아니다. 중국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정식회원국이 아닌 국가도 정부대표단을 공식 초청하는 관례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공식초청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연말에 강력하게 추진하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정부대표단의 일원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파견해 18일 연설을 하기도 했다.

사실 일대일로 국제정상회의는 2013년 11월 제18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에서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각종 정책이 시행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일명 육상 실크로드 3개와 해상 실크로드 2개를 연선국가 시작으로 공동협력하에 개발해 중국의 정치, 경제적 영토를 확장함이 목적이라고 보면 쉬울 것 같다.

시진핑의 모든 열망을 담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유럽, 중남미 등 전 지구적 차원에서 중국 자본 공여를 통한 중국판 공동 건설 프로젝트다. 그것이 벌써 10년이 됐고 자축의 의미에 더해 공식 참여국과 비공식 참여국을 최대로 불러들여 시진핑의 건재함과 전 세계적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고 국제 영향력 확대를 통해 미국의 단극체제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이 소홀히 하고 있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개발도상국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해 정치, 외교 관계를 강화했지만, 중국이 놓은 부채의 덫(Debt Trap)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자금 지원을 받은 개발도상국 거의 전부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국가부도 또는 재정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스리랑카는 함반토다 항구 건설에 중국 자본을 쓰고 갚지 못해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줬고, 파키스탄은 과다르항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갔다. 경제적 타당성보다 정치적 영향력 확대 의도가 커서 그렇다.

시진핑의 야망과 관련된 개인의 정치적 유산과 너무 밀접하기에 어떠한 난간에도 중국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서방과 미국의 견제 그리고 대다수 국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녹색 개발이라는 표피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전략적 수정만 단행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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