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차이치(蔡奇)는 중국공산당 상무위원 중 표면적 서열이 5위다. 1위는 당연히 시진핑이고 2위는 총리인 리챵이다. 주석 총리체제로 중국이 돌아가고 있다고 말들 한다. 그럼에도 사실상 2인자는 누구인가라고 할 때 독재국가에서 보이는 일반적 상황이 비슷하듯이 최고책임자가 얼마나 신임하고 충성도가 높은가에 따라 결정된다.

권력과 관련한 세계 모든 국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서 중국은 독특한 중국식 사회주의를 택하고 공산당 1당 독재를 유지하다 보니 더욱 심하다. 2인자를 빨리 알아내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모든 채널에서 접촉하는 것은 국익에도 절대적이다. 평창올림픽에 다녀갔다. 인연 있는 관계자 중심으로 촉을 발동해야만 한다.

차이치는 어떠한 인물일까? 20여년 전부터 시진핑과 인연이 시작됐다. 지금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저장성 부성장과 항저우 시장을 역임했다. 2014년 베이징 중앙으로 불러들여 국가적 사무인 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시진핑이 저장성에 머무를 때 그에 대한 좋은 인상이 박히기 시작했고 2016년 베이징시장 대리, 이듬해 1월 정식 시장, 5월 베이징시 당서기까지 초고속 승진한다.

결정적인 것은 코로나19 정국에 그가 행한 일련의 여론 무시 강경 통제정책이 시진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20년 동계 올림픽에서는 조직위원장을 맡겨 세계적으로 주목하게 만들어 주기까지 했다. 20차 공산당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전격 발탁되면서 중국공산당 서기처 서기를 꿰찼다. 국가안전위원회 책임자 자리까지 겸직하고 있다. 각종 소조의 책임자로 시진핑을 막후에서 대리한다.

특히 공산당 전정 국가에서 가장 지근 거리인 서방국가의 넓은 의미의 비서실의 실장에 해당하는 서기처 서기는 핵심 보직 중에 하나의 보직이다. 매일 눈을 맞대기도 하겠지만 중국공산당 서기처는 중국 영도그룹의 안위와 관련된 모든 사무를 관장한다. 고위급 인사들의 생활, 건강, 주거, 경호, 출장, 교통, 비용 등 관련이 없는 사무가 없다.

시진핑의 경쟁자뿐만 아니라 우호 세력의 움직임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공하면서 고위급 일거수일투족을 자연적으로 감시까지 하게 돼 있다. 게다가 한국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원의 총책임자까지 맡고 있으니 누가 감히 차이치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

중국 체제의 특성상 표면적으로 활동하는 총리, 외교부장의 노출된 활약보다 이렇게 뒤에서 실질적 권력을 잡고 제2인자 역할을 하는 자를 빨리 파악하고 국익을 위해 접촉을 다각화하는 것이야말로 향후 한국의 대중국 외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다. 정권의 보수 진보를 떠나 30년 넘은 한중 국교 정상화 이후 대중정책과 중국 권력의 그림을 정확히 읽어내는 축적된 노하우를 한층 발휘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