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시간대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고 출퇴근 시간 주요 도로 집회를 제한하는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경찰은 집회 소음 기준을 높이고 드론 채증을 도입하는 등 현장대응 강화책도 내놓았다. 집회·시위 난립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이다.

우리나라처럼 집단 시위가 일상화된 나라는 드물다. 집회·시위가 신고제여서 주요 도로 등 일부 지역만 빼고 신고하면 경찰이 통제할 방법이 없다. 그동안 도심 대로를 막고 무분별한 집회·시위가 일상화되면서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호소했다. 지난 5월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광화문 도로를 점거하고 노숙 집회를 가지면서 주변을 쓰레기와 토사물 천지로 만들었다. 이들은 밤새 술판을 벌이고 노상 방뇨까지 해 출근하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옥외집회·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09년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2014년에는 일몰 후~밤 12시 사이 시위를 처벌하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야간시위를 일괄 금지하는 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심야 노숙집회를 금지한 경찰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며 “집회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법원은 출퇴근 시간대 집회 제한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굳이 노숙 집회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 미디어 등을 활용해 얼마든지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민노총 등은 시민들에게 집단 시위 등을 통해 주목을 끄는 방식을 좀처럼 버리지 않는다. 헌재와 법원 등이 과도하게 광범위한 조항을 둠으로써 시위를 오히려 도와준 셈이 됐다.

경찰은 이런 집시법을 개정해 집회 금지 시간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해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방안은 지난 5월 민주노총 집회 후 윤석열 대통령이 강경대응을 주문하자 범정부 ‘공공질서 확립 특별팀’을 구성해 석 달 만에 내놓았다. 지난 7월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여자 18만명 중 71%가 집회·시위 요건 강화에 찬성할 정도로 제도 개선에 대한 여론이 높았다. 헌재와 법원도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집회·시위에 대한 인식을 좀 더 달리해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