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19일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다”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9.19 남북 군사 합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말처럼 남북 관계는 지금 파탄 난 게 아니다. 대통령이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 ‘미국산 앵무새’ 등 모욕을 당하면서도 북한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던 문 정권 때, 남북 관계는 이미 파탄이 났다.

9.19 남북 군사 합의 체결 당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북의 침공 때 무방비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했던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공군이 수도권 상공에 정찰기나 전투기를 띄우지 못하게 될 뻔했다는 것이다. 문 정권 때 안보의식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2018년 6월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각각 60㎞까지 전투기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럴 경우 평양은 아무런 영향이 없고 서울 등 한국 수도권 상공만 해당한다. 북한은 전투기 외에도 무인기와 헬기는 분계선에서 각각 40㎞, 20㎞까지 띄우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합참 실무진이 강력히 반대해 북한 안이 그대로 합의되는 것은 막았다고 한다.

문 정권은 9.19 합의 당시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서”라며 대단한 성과인 양 떠들어 댔지만 북한의 연속 도발로 빈껍데기가 된 지 오래다. 북한은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일대 해상완충구역에서 해안포를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무인기로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니기까지 모두 17차례나 합의를 위반했다. 문 정권은 임기 내내 북한의 위반을 못 본 척했다.

문 전 대통령이 9.19 합의 폐기론에 대해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한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한은 현재 핵·미사일의 고도화로 9.19 합의의 실효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굴종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한산한 평화로운 상황이 평화는 아니다”라고 반박한 이유이다. 북한이 9.19 합의를 전면 위반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이제 폐기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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