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강남 한복판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 차 젊은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추락한 교권의 민낯을 들춰냈다. 2년 전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는 연이어 2명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며칠 전 서울 양천구의 초등학교 교사도, 정년을 앞둔 경기도 60대 체육 교사도 세상을 등졌다. 연이은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을 보며, 대부분 교사가 자괴감을 호소하며 고통스러워한다. 모든 교사가 심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주말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사망 교사 추모와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7차 집회에 30만명의 교사가 운집했다. 교사들은 ‘악성민원인강경대응’ ‘아동복지법 즉각개정’이라고 쓴 팻말을 들었다. 교사들이 시위해야 할 정도로 교육이 엉망이 된 원인이 아동복지법과 악성 학부모 민원이란 의미다. 학생 인권만 챙기다가 교사들이 시위에 나설 정도로 학교가 막장이 된 책임을, 지난 10년간 교육계를 장악한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에 묻고 싶다.

최근 학부모 악질 민원 사례를 보면 악마가 따로 없다. 교사가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다. 학급당 금쪽이 같은 아이와 진상 학부모가 2~3명이나 되는 게 현실인데, 교사를 보호해줄 장치가 없으니 교사가 철저한 을이다. 가정에서 손을 놓은 괴물 같은 자식을 학교에 보내놓고 문제가 생기면 교사의 책임으로 몰아간다. 이런 학부모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라도 우선 만들어야 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지도하는 게 오롯이 교사 혼자의 몫이 되어 버린 게 너무 안타깝다. 지금처럼 학부모 갑질을 방치해서는 공멸이란 위기의식을 모두가 느껴야 한다.

한 반에 20여명의 학생이 있는데 자기 자식에게만 모든 걸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이기적인 학부모로 인해 학교가 마비 상태다. 수업이 학부모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안 들면 아동학대로 민원 넣고, 고소하니 버틸 재간이 없다. 진상 학부모의 말이나 민원, 고소는 비수가 돼 교사의 심장을 파고든다. 학교 관리자와 시스템이 보호해주지 못하는 현실에 교사들은 모두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으로 교단에 선다.

이제는 힘들어하는 교사를 우리 사회가 진심으로 위로하고 보듬어야 할 때다. 교사가 아이를 지도하며 하는 행위에 대해 학부모들의 이해와 믿음이 절실하다. 집에서 왕의 DNA를 지닌 자식으로 대우한다면, 학교에서는 행동에 대한 교정이나 훈계를 듣게 만들어야 제대로 자란다. 내 아이만 특별 대우를 바라는 욕심을 버리고 모두의 아이가 다 같이 잘 자라도록 학교와 교사에 맡기고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

교사가 교단을 떠나지 않을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 교권을 살려야 한다. 국가가 교사를 보호하지 않아 교사가 이탈하기 시작하면 학교 붕괴는 더욱 가속화 한다. 학교 붕괴를 방치하면 사회 붕괴로 이어지고, 국가경쟁력마저 추락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된다. 교장이나 교감 등 관리자도 이젠 ‘강 건너 불구경’의 태도에서 벗어나 민원을 교사에게 미루지 말고 직접 나서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학교를 이 지경까지 내몬 학생인권조례,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는 게 교사를 보호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다음으로 악질 학부모의 민원으로 교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법률 전담팀을 교육청별로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 예전의 회초리 증정식처럼 학부모에게 ‘교사에게 자녀의 지도를 전적으로 위임한다’는 서약서를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폰을 지급하고, 학교 전화는 자동 녹음 기능이 장착된 전화로 ‘갑질 경고 메시지’를 의무화해야 한다. 학생 인권만 우선해 이상적인 학교를 만들려다, 일반학생들이 다니기 힘든 더 지옥 같은 학교가 탄생했다. 교사들이 분노하고, 행동해야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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