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지난 2021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이영승 교사가 학부모 3명의 극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원인을 감사한 경기도 교육청의 발표를 보면 도무지 믿어지지 않고, 학부모라고 칭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결석을 출석으로 처리해 달라는 학부모와 9개월 동안 무려 394건의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 학부모는 교사의 장례식이 진짜인지 확인차 찾아가기까지 했다. 다른 학부모는 자기 아이를 따돌림한 학생들을 공개 사과시키라며 수시로 전화를 걸고 학교를 찾아와 항의했다.

가장 최악의 학부모는 수업 중 아이가 커터칼에 손을 베여 다치자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141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음에도, 교사에게 치료비를 추가 요구해 매월 50만원씩 8개월간 총 400만원을 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군에 입대한 교사에게 2차 수술해야 한다며 문자를 보내고, 암묵적으로 돈을 요구해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교사에 대한 예의나 존중은 털끝만큼도 없이 자신의 ATM 정도로 생각하며 ‘삥’을 뜯은 역대급 사례다.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책임에서 이 사건을 수수방관한 당시 교장, 교감도 자유로울 수 없다. 수업 중에 발생한 사고에 학부모가 민원을 넣었다고, 군에 입대한 교사에게 해결하라고 떠넘겼다니 너무나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단순 사망으로 축소 보고해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다. 교육청이 이들에 대해 징계에 착수하고 학부모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니 꼭 진상을 밝혀 모두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교사에게 ‘삥’을 뜯은 학부모가 서울의 한 농협지점 간부급이다. 억대 연봉의 은행원이 월급 200만원의 초임 교사 등골을 빼 먹으며 희희낙락했을 걸 생각하니 울분이 치솟는다. 돈이 없어 교사에게 치료비를 받아야 할 처지도 아닐 텐데, 겁을 먹은 순진한 교사에게서 매월 돈을 상납받으며 즐긴 듯하다. 현재 알려진 대로 2차 수술한다며 추가로 금전을 요구했다면 파렴치 끝판왕이다. 엄히 수사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인과응보’란 인생의 교훈을 얻게 해야 한다.

학부모가 받은 치료비 400만원이 실제 치료비로 쓰였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안전공제회에서 받은 보험료만으로도 치료비는 충분한데, 2차 치료가 진짜로 필요했는지? 얼마나 돈을 또 요구했는지? 제대로 수사해 죽음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책임을 떠넘긴 관리자 탓에 군에서 휴가 나와서도 학부모를 만나야 했던 교사의 자괴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수업 중 사고로 학부모에게 1천만원을 합의금으로 줬다는 사례도 있다. 요즘은 교사들이 사고가 발생할 만한 수업은 아예 하지 않고 동영상 보기로 대체한다니 이해가 간다.

필자의 아들도 중학교 때 친구가 던진 석고상에 귀가 찢어진 적이 있다. 교사에게 일체 책임을 묻지 않고 상대 부모를 만나 제대로 치료만 받게 해달라고 끝낸 적이 있다. 아이들이 모여 생활하는 교실에서는 친구와 놀다가도, 실습 중 다치기도 한다. 주의하지 못한 본인 책임이 가장 크다. 불가항력의 사고에 학부모가 민원을 넣으면, 교사가 그걸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은 잘못이다. 교사가 매달 월급에서 돈을 이체하며, 이런 문제를 책임져주지 않는 교육 당국과 관리자를 얼마나 원망했을지 눈에 선하다.

수업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분쟁은 해결 주체가 교육청이나 학교 관리자가 돼야 한다. 학부모와 법적 분쟁을 일개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현 시스템은 또 다른 이영승 교사를 만들 수 있다. 교사의 잘못은 징계로 처리하고, 학부모 민원이나 소송은 교육청 단위 법률 대응팀에서 처리해야 한다. 교사들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주위에 알려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호원초등학교 사례는 진상 학부모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조속히 제정해 교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걸 분명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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