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곳 교회 불타고 가정 400여채 피해
경찰, 현장서 무슬림 130~140명 체포

2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이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파키스탄의 교회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에서 십자가와 현수막을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이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파키스탄의 교회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에서 십자가와 현수막을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최근 발생한 파키스탄 교회와 기독교인 가정 연쇄 방화 사건과 관련 국제 기독교 단체들이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의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종교박해 감시 기구 국제기독연대(ICC)는 직원 조사와 현지 보고를 인용해 파키스탄 펀자브주의 자란왈라에서 지난 16일 일어난 방화 사건으로 26곳 교회가 불타거나 파손됐으며, 기독교인 가정 400여채가 같은 피해를 보았다고 1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가톨릭 구호단체인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ACN)는 “파자란왈라의 경우 공격의 피해로 ‘마지막 전구까지’ 다 떨어졌다”고 밝혔다. ACN에 따르면 표적이 된 교회와 예배당의 수는 21개로 늘어났다. 

현지의 한 소식통은 “최대 1000명의 기독교인이 흥분한 폭도들을 간신히 피해 사탕수수밭에서 잠을 청했다”며 “그들은 어디론가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달아나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먹을 것이 없어 필사적으로 집으로 돌아왔으나 집안의 모든 것이 파괴돼 앉을 것도, 마실 것도 없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모든 기독교 가정이 표적이 됐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베니 트라바스 파키스탄 대주교는 ACN에 보낸 서한에서 기독교인 보호에 실패한 정부와 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가톨릭주교회의 의장인 이슬라마바드-라왈핀디의 조셉 아르샤드 대주교도 끔찍한 폭력 사태를 비판했다.

파키스탄 교회의 총회장인 아자드 마샬 주교는 트위터에 “말로 다 할 수 없다. 우리, 주교, 사제, 평신도들은 자란왈라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깊은 고통과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 메시지를 입력하는 동안에도 교회 건물이 불타고 있다. 성경은 더럽혀졌고 기독교인들은 코란을 어겼다는 거짓 비난을 받아 고문과 괴롭힘을 당했다. 우리는 법 집행 기관과 모든 시민의 안전과 정의를 위하는 이들이 즉시 개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외신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무슬림 폭도들은 쇠몽둥이와 망치로 교회를 내리치고 불태웠다. 

이날 현지인들이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한 사진과 동영상에서도 보면 무슬림들은 교회의 십자가를 떼버리고, 교회 내부의 물건들을 부수고, 예배당을 불태우며 심지어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현지 목격자들은 적지 않은 이들이 사건 가담자로 체포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정부 대응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경찰 개입 없이 10시간 정도 무슬림 폭도들의 폭력 행위가 계속됐다는 현지 증언을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례 없는 검거자 수와 국무부와 총리 등 당국이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엄정한 조치를 공표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통신, 알자지라방송 최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 사건으로 공격에 가담한 무슬림 130~140여명이 체포됐다. 이번 사건으로 아직 보고된 인명 피해는 없지만, 최근 몇 년간 가장 심각한 종교 간 폭력 사건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이슬람 국가 중 하나인 파키스탄은 인구의 2% 정도 만이 기독교인이다. 파키스탄은 2023년 오픈도어선교회가 선정한 기독교 박해국가 목록(WWL)에서 전년 대비 한 계단 오른 7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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