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범죄” vs “표현의 자유”
스웨덴·덴마크, 법적 규제 약속
자국 내 거센 반발 여론 형성

2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이슬람 경전(쿠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이슬람 경전(쿠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스웨덴에 이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 일어난 이슬람 경전 ‘쿠란(코란)’을 불태우는 반이슬람 시위가 튀르키예 등 이슬람권의 거센 분노를 사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가 반이슬람 행위 금지를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서도 쿠란을 불태우는 시위가 이어지자, 이슬람 국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외교적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한 이슬람교 예배당 모스크 외곽 앞에서는 메카의 연례 성지순례 이후 열리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아드하’를 겨냥한 시위가 열렸다. 200여명이 참가한 시위로, 스웨덴 당국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 집회였다. 문제는 한 참가자가 쿠란을 불태우고 짓밟으며 불거졌다.

쿠란 소각 시위 소식을 접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은 “극악무도한 행위”라며 즉각 성명을 냈고, 모로코 외교부도 스웨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며 항의했다. 이슬람 국가들은 이와 같은 행위가 명백한 ‘증오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가 시위를 허용하며 자국 내 소수인 무슬림 탄압에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사전에 이 같은 시위 자체를 막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간 두 정부는 쿠란 소각 시위를 비판하면서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시위 원천 차단은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스웨덴은 1970년대에, 덴마크는 2017년에 신성모독법을 폐지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들이 쿠란 소각 시위에 강하게 반발하고 테러 및 보복범죄 위험이 커지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가안보를 위해 쿠란 소각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위험하다. 스웨덴에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입국해선 안 된다”며 국경 검문, 차량 수색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집회 관련 허가 여부를 안보적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라며 쿠란 소각 시위를 사전 금지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덴마크 역시 “쿠란 소각은 소수의 개인이 저지르는 매우 공격적이고 무모한 행동”이라며 이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스웨덴, 덴마크 두 자국 내에서는 ‘표현의 자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의 압박에 표현의 자유를 포기하는 행위라며 거센 반발 여론이 이는 것이다.

덴마크의 민족주의 성향 정당인 인민당의 모르텐 메세르슈미트 대표는 외국 대사관 앞에서 쿠란 소각을 금지하자는 정부 제안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덴마크에선 쿠란이나 무슬림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에겐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이 자유는 우리가 찬성하지 않는 것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덴마크에서 ‘언론 자유’ 운동을 주도하는 야코브 음창가마 변호사도 “덴마크 정부는 비참하게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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