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노인 비하’ 발언에 이어 가정사 논란에 휘말리며 당을 혁신하기는 커녕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장본인으로 전락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대한노인회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남편 사후에 시댁 어른을 18년 모셨다. 두 분을 선산에 묻어드렸다”고 하자 김 위원장의 시누이가 “김은경의 노인 폄하는 그녀에겐 일상”이라는 장문의 폭로성 글을 올렸고, 김 위원장 큰아들이 다시 반박하면서 집안 폭로전으로 비화한 것이다. 혁신을 하겠다는 이가 당내에 화를 더 일으킨 꼴이다.

김 위원장은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1로 표결해야 하느냐.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발언으로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켰었다. 이를 무마한다고 “교수라 철 없이 지내서 정치언어를 잘 몰랐다”라고 말해 교수 사회의 반발을 사 한국여교수총연합회로부터 교수직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설’ 등 과거 발언으로 취임도 하기 전 낙마한 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민주당을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며 취임했다. 하지만 당의 도덕성 회복은 커녕 설화만을 반복적으로 일으켰다. 혁신위가 공식 출범도 하기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돈 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알고 보니 심각한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첫 기자간담회에서 주워 담았다.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가 “혁신위가 갈등을 부추기며 당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을 샀다.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 후엔 “코로나 때 (당선된) 초선(의원들)이라 소통이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며 혹평했다가 ‘초선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잦은 설화로 당 혁신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이다. 혁신위 활동기한이 이달 20일로 정해져 있지만 이미 신뢰를 잃고 동력을 상실한 마당에 혁신안이 나오더라도 실행력을 발휘할지조차 의문이다. 혁신위가 스스로 물의만 일으킨 채 좌초 위기에 빠진 데 대해 혁신위를 발족시켰던 이재명 대표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이재명 대표는 김 위원장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발언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분들이 계시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 사퇴 여부나 본인에게 제기되는 책임론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본인 사법리스크와 함께 파행을 거듭한 혁신위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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