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루 섭취 허용량 유지
소비자 “불안이 커지는 상황”
업계, 인공감미료 대체물 검토
“제로시장 쉽게 줄진 않을 듯”

상점에 놓인 음료들. (출처: 연합뉴스)
상점에 놓인 음료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제로콜라·막걸리·과자 등에 설탕 대신 단맛을 내기 위해 쓰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인체 발암가능 물질(2B군)로 분류됨에 따라 식음료업계가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공동 산하 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지난 14일 아스파탐 유해성 평가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발암가능 물질 분류군인 2B에 아스파탐을 포함했다. 다만 기존에 설정된 하루 섭취 허용량은 유지하기로 했다.

아스파탐은 설탕 대체 원료로 쓰이는 인공감미료로 설탕보다 약 200배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낮아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무리 인체에 무해하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발암물질’이라는 말 자체만으로 불안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수의 제품에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A(30대)씨는 “아스파탐이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됐는데 평소에 과자나 음료를 자주 먹는 입장에서 아스파탐이 다른 감미료로 대체되기 전까지는 불안해서 과자나 음료 등 사먹는 횟수나 양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며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하루빨리 대체됐으면 좋겠고 발암유발물질로 분류됐으니 사용 금지로 분류돼 소비자 입장에서 걱정없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되기 전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안일한 사후적 대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아스파탐을 안전한 대체 감미료로 시급히 교체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비자 불안 해소를 위해 관련 업계는 발암물질로 분류된 아스파탐 사용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오리온에서는 나쵸, 꼬북칩 등 10여개의 제품에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다. 오리온은 이들 제품에 대해 아스파탐 대신 다른 감미료를 사용하기 위해 대체물을 찾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에 착수했다”며 “어떤 감미료로 바꿀지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운제과는 콘칩 초당옥수수에서, 빙그레는 쥬시쿨 등 음료 3종에서 아스파탐을 대체할 감미료를 찾는 중이다.

대형마트들도 자체브랜드(PB) 상품의 아스파탐 대체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제로 콜라와 스파클링 에이드 5종에 함유된 아스파탐을 모두 인공감미료 ‘수크랄로스’로 대체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도 PB제품에 들어간 아스파탐을 대체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사의 PB상품을 대상으로 아스파탐 첨가 여부 확인 결과 10여종의 PB상품에 아스파탐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고객들의 작은 우려도 제거함으로써 고객들이 마음 편히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아스파탐이 첨가된 것으로 확인된 일부 상품에 대해서는 다른 원료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조업체와 협의 중”이라며 “고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구매 환경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스파탐 음료’로 일컬어졌던 ‘펩시제로’의 아스파탐 함량이 JECFA의 하루 섭취 허용량보다 훨씬 적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원액을 제공하는 글로벌 본사 한국펩시콜라 측으로부터 ‘아스파탐이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 관심이 높아지면서 열풍이었던 제로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관련 음료를 찾았던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에 함유된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된 건 배신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번 논란으로 무 아스파탐을 강조한 제품이 나오기도 했지만 제로와 관련된 시장이 한순간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발암물질로 분류됐고 소비자들이 예민하게 보는 한 꺼려지는 부분은 있을 것”이라며 “아스파탐이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기도 하고 아무리 새로운 대체물을 찾는다 해도 당장에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2019년 조사된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JECFA에서 정한 1일 섭취 허용량 대비 0.12%에 그쳤다. 이에 식약처는 현재 아스파탐 사용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식약처는 IARC의 발암 유발 가능성 제기에 따른 소비자 우려와 무설탕 음료의 인기 등을 고려해 감미료 전반에 대한 섭취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기준과 규격에 대한 재평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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