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마트에 우유가 진열된 모습. ⓒ천지일보 2021.11.17
한 대형 마트에 우유가 진열된 모습. ⓒ천지일보 2021.11.17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공개적으로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선 정부가 라면과 밀가루에 이어 우유값 인상 자제 권고에 나섰다.

12일 정부와 유업계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우유업체 10여곳을 소집하고 유제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유업계는 원유 가격이 정해지기 전에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다 보니 협상 결과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결과가 나온 후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는 유제품 가격 조정과 관련해 “내부 논의가 있기 전에 먼저 농가에서 사 오는 원유값이 정해져야 한다”며 “그래야 그걸 토대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은 낙농진흥법에 따라 유가공협회, 낙농가, 유업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여기서 결정된 가격은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매년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원유 가격 인상 폭을 두고 논의 중인 소위원회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 범위는 ℓ당 69~104원으로 원유값이 오르면 유업계는 이를 반영해 한두 달 이내 우윳값 인상을 단행해왔다.

농가의 생산비 상승으로 원유값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다음달 원유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기에 정부는 유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거나 인상 폭을 최소한으로 해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정부는 최근에는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언급하면서 라면업계를 시작으로 제분업계와 뒤이어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섰다.

지난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라면 가격과 관련해 “지난해 9∼10월 (기업들이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달 농식품부는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업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밀가루 가격 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압박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온 것과는 반대로 외식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3% 오르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을 나타내는 등 먹거리 물가는 아직도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의 직접적인 라면값 인하 발언 후 9일 만에 농심을 시작으로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가 라면 제품 일부의 가격 인하 단행에 나섰다.

이어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파리바게뜨, SPC삼립, 뚜레쥬르 등 제과·제빵으로 인하 움직임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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