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라면값’ 등 인하 압박에
식품업체들 줄줄이 가격 내려
아이스크림·생수 물가 ‘최고치’
하반기 ‘원유’ 가격 인상 예고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인플레이션 압력이 꾸준히 둔화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를 기록한 가운데 여전히 먹거리 물가상승률 및 체감도는 높은 상황이다.

10일 통계청의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른 111.12(2020년=100)다.

지난달 전국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을 나타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온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를 상회하는 이 같은 추세는 2021년 6월부터 2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먹거리와 관련해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최근에는 국제 밀 가격 하락으로 인한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인하 압박에 라면, 과자, 빵 등을 제조하는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4.5%, 6.9% 내렸으며 삼양식품도 12개 대표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했다. 오뚜기도 15개 제품에 대해 평균 5%, 팔도는 11개 라면 제품에 대해 평균 5.1%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롯데웰푸드는 과자 3종 가격을 100원 내렸으며 해태제과는 아이비 오리지널 제품 가격을 10% 인하했다.

파리바게뜨와 SPC삼립, 뚜레쥬르도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이달 초부터 파리바게뜨는 10종에 대해 100~200원, SPC삼립은 30개 품목에 대해 평균 5% 가격 인하 단행에 나선다. 뚜레쥬르는 15종 제품 가격을 이달 내 평균 5.2%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풀무원샘물은 생수 출고가를 지난 3월 5% 올리려다가 동결하는 입장으로 바꿨고 CJ제일제당도 같은달 고추장과 조미료 제품의 편의점 출고가를 최대 11% 인상하려다 계획을 철회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들도 주정과 주세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소주와 맥주 가격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하 단행 및 가격 보류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라면, 생수, 아이스크림 등의 먹거리 물가상승률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물가상승률도 지속 오른 것이다.

지난달 라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4%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14.3%) 이후 무려 1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라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1.7%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생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8% 오른 112.09다. 이는 2012년 6월(11.6%)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올해 1월 0.4%, 2월 7.3%, 3월 10.1%, 4월 10.2%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5월 9.3%로 둔화했다가 지난달 다시 반등한 것이다.

아이스크림 물가상승률도 14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8로 전년 동월 대비 9.4% 상승했다.

앞서 지난 3월 아이스크림 물가상승률은 13.7%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14.3%)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후 4월 10.5%, 5월 5.9%로 둔화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다시 상승 폭이 커진 것이다.

빙과 업체들이 올해도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면, 제과, 제빵 업체들과는 달리 빙과 업체들은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롯데웰푸드의 경우 이달 편의점 공급가를 인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롯데웰푸드의 공급가 인상에도 편의점들은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부담은 언제든지 커질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우유 원유 가격 인상도 예고돼 있어 우유·아이스크림 등의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가의 생산비 상승으로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원유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 논의가 이뤄진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 기본 가격이 ℓ당 49원 인상됨에 따라 흰 우유 제품 가격은 10% 안팎으로, 아이스크림 가격은 10∼20%대로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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