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의 입’으로 통했던 금태섭 변호사가 지난 대선 때의 ‘정치역정’을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새로운 정치적 모색을 하려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취지가 어떻든 책을 내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자신의 생각도 정리해서 분명하게 밝히고 또 그동안 공부하고 경험했던 것을 독자나 지지자들과 공유하는 수단으로 책을 내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문제는 책의 내용이 어떤 사건, 특히 정치적 사건일 경우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주장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자칫하면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한 하나의 ‘무기로’ 전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책이란 것이 그냥 단순한 책이 아닌 셈이다.

고민은 깊었으나 판단은 짧았다

금태섭 변호사의 글을 보면 상당 부분 일리 있는 내용들이 많다. 결정적인 순간에 안철수 의원의 이해할 수 없었던 판단은 지금도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소통 부재 속에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참모진들이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녔지만 가는 전선마다 후퇴하거나 패배했던 그 순간들이 얼마나 야속하고 안타까웠을까 싶다. 특히 ‘안철수의 사람’으로 상징되었던 금 변호사의 고민과 한계 그리고 캠프 내부에 대한 예리한 비판도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책 내용 가운데는 적절치 못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대선 때 박경철 원장이 만든 ‘별도의 모임’, 즉 비선에 의해 안철수 의원이 사실상 좌지우지 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보니 공조직의 힘이 빠지고 예상치 못한 발표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박경철 원장의 경우 많은 조언자 중의 한 명이라고 해명했다. 다시 말하면 비선이라는 것이 따로 없었다는 뜻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른바 ‘새정치’를 표방한 사람들의 핵심부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면 그 자체부터 구태요 큰 실망이다. 그럼에도 금 변호사가 굳이 이런 논쟁적인 사실을 책에 기술해서 세상에 알리려는 취지가 더 궁금한 대목이다. 이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거의 비난 수준에 가까워 보인다. 더욱이 함께 뛰었던 동료들에 대한 최소한의 신의나 예의도 갖추지 못한 배신적 발언에 다름 아니다.

물론 금태섭 변호사도 개인적으로 억울하고 분통 터졌던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자신과 함께했던 동료들이 같은 정당에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마당에 동료들을 향해, 또 자신이 헌신했던 안철수 의원을 향해 욕보이는 발언을 쏟아낸 것은 ‘새로운 정치’를 꿈꿨던 참신한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 책이 얼마나 팔릴지 모를 일이지만, 실망을 넘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