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자신의 대표직 재신임 여부를 ‘혁신안’과 연계해 당원과 국민에게 묻겠다고 밝혔다. 혁신안이 부결되면 즉시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이며, 통과되더라도 당원과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기대 이하의 혁신안으로 인해 점점 위기로 몰리던 문재인 대표가 반전의 카드로 정면돌파를 택한 모습이다. 물론 지는 게임은 아닐 것이다. 일찌감치 표 계산도 끝내 놨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의 이런 모습은 어떻게든 당원과 국민을 등에 업고 끝까지 직에 연연해하는 작고 초라한 모습일 뿐이다. 명색이 ‘노무현 정신’을 말하는 사람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언제 이런 모습을 보였던가. 부끄럽다 못해 참담할 따름이다.

문재인, 혁신안 한계 책임지고 사퇴했어야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10차 혁신안까지 발표하고 사실상 활동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추가 혁신안’ 운운하지만 더 이상은 의미가 없다. 당 안팎에 소용돌이가 치니 이제서야 그 뭔가를 내놓는다면 누가 그들의 진정성을 믿겠는가. 국민과 당원의 인내심에도 바닥이 있는 법이다. 지난 3개월의 혁신위 활동, 한마디로 ‘제도개선위원회’ 수준이었다. 애초부터 이런 그림이었다면 ‘혁신’이라는 말도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뒤늦게 자괴감과 배신감마저 느끼는 지지자들의 분노를 어찌 할 것인가.

과거 비대위를 통해 침몰 직전의 새정치연합을 구해 줄 대안으로 국민과 당원은 문재인 대표를 택했다. 이른바 ‘친노패권주의’를 청산할 적임자로 문 대표를 밀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표도 “계파주의의 기역자도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인적청산을 주장한 조국 교수의 화두를 받아들여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까지 했다. 스스로 살을 도려내겠다는 각오였다. 문 대표는 그 권한과 역할을 모두 혁신위에 맡겼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혁신위가 내놓은 것은 모두 제도개선안뿐이다. 물론 제도개선안 중에는 혁신적인 것도 있다. 당원소환제와 권역별비례대표제는 아주 전향적인 조치다. ‘안심번호’를 통해 여론조사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에 반대해서 혁신위 활동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초 말했던 혁신의 핵심, 즉 ‘친노패권주의 청산’은 슬그머니 빠져버렸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지만 결국은 친노패권주의의 그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혁신안이 처리되느냐 마느냐는 것은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설사 처리된다고 해서 당 혁신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 그대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는가. 안철수 전 대표가 혁신안 처리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문재인 대표가 강조했던 육참골단의 그 육참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것이 핵심이다. 이번에도 국민과 지지자들을 속였단 말인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