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세계 축구에서 비주류에 속한 한국이지만 월드컵에서 4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와 만나면 유독 강한 일면을 보인다. 이는 세계 축구 역사에 특이한 현상으로 꼽힌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은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만나 설기현의 동점골과 안정환의 극적인 헤딩 결승골로 서든데스 연장전 끝에 2-1로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는 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4강 진출에서 가장 손꼽히는 경기이자 한국 스포츠 역사상 국민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경기로 기억되고 있다.

안정환은 월드컵 이후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페루자에 입단했으나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당한 이탈리아의 ‘텃세’로 인해 심한 견제를 받아 뜻을 펼치지 못하고 중도에 짐을 싸야 했다.

북한도 이탈리아를 상대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적이 있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예선전에서 북한은 ‘동양의 진주’ 박두익이 전반 42분 오른발 강슛을 터뜨리며 1-0으로 승리를 거두고 아시아 국가로는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진출했다.

당시 북한과 이탈리아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전력상 큰 차이를 예상했었다. 북한은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탈리아를 잡아야 했고 비기거나 지면 무조건 탈락이었다. 북한에 패배한 이탈리아팀은 성난 자국 팬들의 난동이 무서워 한밤 중에 몰래 입국을 시도했다가 이탈리아 축구팬들로부터 썩은 토마토와 날계란 세례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우리나라 붉은 악마 응원단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앞두고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을 2002 한일월드컵에서 재현해달라는 국민들의 절절한 소망을 표현하기 위해 ‘꿈은 이루어진다(Dreams come true)’라는 응원 구호를 커다란 현수막으로 제작해 경기장에 내걸었다. 국민들의 간절한 기원은 한국 축구가 이탈리아를 극적으로 꺾음으로써 빛을 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 진출 쾌거를 달성한 김은중호가 9일 오전 6시 아르헨티나의 라플라타에서 ‘빗장축구’ 이탈리아와 준결승전을 갖는다. 직전 대회인 2019년 폴란드 대회 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4강에 진출한 한국은 이탈리아를 꺾고 2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의 대업을 노린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최근 U-20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왔다. 우리나라가 2회 연속 4강에 올랐고, 이탈리아는 2017년 한국 대회 3위, 2019년 폴란드 대회 4위 등 최근 3회 연속 4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성적을 비교하면 한국이 3승 2무, 이탈리아는 4승 1패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조별리그에서 한국의 8강 상대였던 나이지리아에 0-2로 졌지만 우승 후보로 꼽힌 브라질을 3-2로 꺾었고, 16강에서는 또 다른 우승 후보 잉글랜드를 2-1로 물리쳤다. 5경기를 치르면서 11골을 넣었고, 실점은 6골이다. 5경기에서 8골을 넣고, 5골을 내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공격 면에서는 이탈리아가 앞서고, 수비는 엇비슷하다는 평가이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U-20 대표팀 역대 전적은 우리나라가 2전 전승으로 앞선다. 1981년 호주에서 열린 U-20 월드컵 본선에서 최순호(수원FC 단장)의 2골을 앞세워 4-1로 이겼고, 2000년 일본에서 열린 신년대회에서 이천수의 득점으로 1-0 승리를 거뒀다.

남북한은 이탈리아에게만은 결코 뒤지지 않는 전통을 보여주며 세계 축구역사에 ‘이단의 역사’를 남겼다. 이번 20세 이하 대표팀도 다시 한번 선배들의 화려한 성과를 이어받아 이역만리에서 승전보를 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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