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북한이 국제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됨에 따라 국제체육경기 대회에 본격적으로 참가할 움직임이다. 내년 파리 하계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는 데 중요한 국제역도연맹(IWF) 그랑프리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으로 있어 우리 정부에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이번달 9∼19일 쿠바에서 열리는 국제역도연맹 그랑프리 대회 출전자 명단에는 북한 선수 14명이 포함됐다. 이는 2024년 파리올림픽 참가 자격을 갖추려는 준비 작업 일환으로 해석된다. 북한 역도 선수들은 2019년 12월 마지막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해 3년이 넘도록 도핑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 IWF는 지난 24일 북한에 도핑 검사 협조를 요청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 참가 여부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열린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장 회의에 대표자를 파견하고 아시안게임 출전 채비에 들어갔다. 북한은 2020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해 올림픽 출전 자격을 정지당했다가 올해 징계가 풀리면서 제약이 사라진 상황이다. 북한이 국경 봉쇄 전 마지막으로 참가한 국제대회는 2020년 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경기였다.

북한에선 코로나19에 따른 고강도 통제 분위기가 다소 풀리면서 요즘 체육행사도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올림픽위원회 총회를 열어 ‘대중체육 사업 활성화’를 논의했고, 지난달엔 전국 규모의 체육축전을 개최하는 등 올해 들어 각종 체육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엔 ‘세계 레슬링의 날’을 기념한 행사도 열렸다.

레슬링은 북한이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두 번째로 많은 메달을 수확한 종목이다. 평양 각지에 있는 청소년체육학교에서 효과적인 훈련 방법을 개발하는 등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흐름은 그간 팬데믹에 따른 국경 봉쇄로 외부 교류를 끊다시피 했던 북한이 조만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본격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의 국제스포츠대회 참가는 북한 안팎의 정치적 상황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의 대북 접근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거나 제공을 걸기 위해 스포츠를 한껏 이용했다. 2020도쿄 올림픽 불참도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북핵 제재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읽혔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선전 선동이 필요할 때 스포츠를 많이 활용한다. 국내 정치적인 이슈를 조작하고, 주민들에게 지도자의 권위와 성취감을 강조하기 위해 성공적인 스포츠 선수들을 선전하거나 국제 대회 성과를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선 외부와의 차단을 위해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를 허가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제 더는 스포츠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우리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다른 변화가 일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김정은 정권의 핵 폭주가 날로 기승을 더해가며 한반도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복잡한 정치 상황을 이유로 언제든 국제스포츠로 향하는 문을 걸어 잠글 가능성이 높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일부 선수들과 응원단을 파견해 남북 화해무드를 조성하기도 했던 북한은 미국과의 핵협상이 지지부진을 보이자 종합 국제대회에 선수단을 내보내지 않는 ‘외통수’를 두기도 했다. 정부는 북한의 변화된 움직임을 주시하며 남북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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