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야구를 가장 좋아하는 이로 기록될 듯하다. 대선 후보시절 포함 야구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차를 한 것만 해도 여러 번이다.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2021년 11월 초 당시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자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을 참관했다. 당시 윤 후보는 국가대표 야구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에 앉아 국민스포츠인 프로야구를 현장에서 같이 보고 즐겼다. 국가지도자로서 국민들과 감성을 같이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는 ‘야구 명문’ 충암고를 졸업해 야구에 대한 관심을 후보시절부터 나타냈다. 대선 후보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충암고를 전격 방문, 선수들을 격려하며 직접 야구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과 러닝과 캐치볼을 같이 하기도 했다.

올 4월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선 직접 시구를 던졌다.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6번째였다. 윤 대통령의 시구 모습을 놓고 보수, 진보 언론에서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보수 언론 등에선 “시구한 대통령 중에선 윤 대통령이 투구 폼이나 구질에서 가장 나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나거나 원바운드 볼을 던졌다”고 했다.

이에 반해 한 진보 언론매체는 “윤 대통령은 3일 취임 후 처음 열리는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이유를 사유로 들었다고 한다. 지난 1일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시구를 하고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것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높지 않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유소년 야구대회 결승전에서 구심으로 변신해 ‘스트라이크 콜’ 세리머니를 했다.

이날 오전 야구 국가대표팀 점퍼 차림으로 용산어린이정원 스포츠필드에서 열린 ‘2023 대통령실 초청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 현장을 방문한 뒤 경기 시작 전 심판 장구를 착용하고 구심으로 변신해 스트라이크를 외쳤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야구의 룰을 잘 지키고 상대팀을 배려하면서 선수로서 신사도를 잘 갖춘 멋진 경기를 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야구 심판을 맡은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야구 심판은 경기 공정성과 규칙 준수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기 투명성과 공정성, 규칙 준수, 중립성, 전문성과 경험, 협력과 팀워크 등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야구에서 영어로 심판을 ‘Umpire’라고 말한다. 이 말은 중세 영어 ‘Nompeer’에서 파생된 것으로 ‘두 사람 사이의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의뢰받은 자’라는 말이다. 어원은 중세 프랑스어 ‘제 3자’를 의미하는 ‘Nomper’에 뿌리를 두고 있다. ‘Nomper’은 아니다(Not)는 의미의 ‘Non’과 같다(Even)는 뜻인 ‘(Per)’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말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재를 한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자유, 상식, 공정, 정의’ 등의 가치를 강조하며 편 가르기가 극심했던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외교, 안보 등 외치에선 나름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경제, 사회 등 내치에서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해 국민 지지율이 3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야구광’인 윤 대통령은 야구 심판의 역할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본다.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주위를 잘 살피고 판단을 하는 ‘국정 심판(審判)’의 고유한 역할을 해 나가기를 바란다. ‘야구 심판’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은 웃고 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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