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백제 불상의 미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통설이다. 작고하신 삼불 김원룡 전 서울대 교수는 서산마애삼존불을 가리켜 ‘백제의 미소’라고 명명했다.

고대 일본인들의 정신적 고향은 백제를 지칭하는 ‘구다라(くだら)’였다. 아스카 시대 일본인들은 서쪽을 바라보고 성지 부여를 흠모했다. 일본에서 전래된 금동불상을 본떠 이들도 불상을 제작했다. 그런데 일본 아스카, 하꾸오 시대 불상을 보면 상호가 우리 것만 못하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한반도에서 아름다운 목조반가사유상을 가져가 특별하게 고류지(廣隆寺)에 모셨다. 그것이 일본 국보 제1호로 지정된 목조반가사유상이다. 경주근교에서만 나오는 적송(赤松)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신라불상으로 이해된다.

이 불상을 본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Jaspers, Karl)는 ‘가장 아름다운 미소’라고 극찬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불상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은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야스퍼스는 이 불상이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것을 미처 몰랐다.

부처는 왜 미소를 짓는 것일까. 대보적경(大宝積经)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그 때 여래가 미소를 지으며 세계를 환하게 비추었으므로 미륵보살이 부처에게 질문했다. 세존이시여 무엇 때문에 이렇게 웃으십니까? 세존은 내가 왜 미소를 짓느냐고? 내 뜻을 멀리 펴고 의심을 없애기 위해서이니라(是时如來即现微笑,放大光明遍照無量無邊世界. 于是,彌勒菩薩白佛言:‘世尊,以何因缘现此微笑?愿爲宣說,断除疑惑).’

사익법천소문경(思益梵天所問经)에는 부처가 미소를 짓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첫째 큰 원인과 조건이 있으니 웃는다. 둘째 부처님이 부처가 되었으니 웃는다. 셋째 모든 중생이 결국 부처가 될 것이므로 웃는다. 넷째 중생이 모두 쉽게 하나가 되니 웃는다. 다섯째 첫째가 어려운 문제이니 그래서 웃는다(一 有大因缘,所以笑. 二 佛已成佛,所以笑. 三 衆生最后都一定成佛,所以笑. 四 方便摄化衆生,所以笑. 五 见第一稀有甚難事,所以笑).’

그래서 부처는 항상 인자하고 자비로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출현한 것인가. 고행단계인 보살도 찬란한 빛의 존재로 나타난다. 그래서 불상은 대개 금빛으로 조성됐다. 청동이나 철, 돌, 혹은 흙으로 조형해도 대부분은 표면에 개금을 한다.

현존하는 백제 금동 불상 가운데는 보살상이 유독 많다. 백제와 제일 유대가 깊었던 남조 양나라의 영향도 있지만 보살의 전능한 영험과 존숭을 통해 불교성국을 만들려했던 성왕의 이상(理想)과도 연관이 있다.

최근에 새롭게 공개된 백제금동보살입상은 어느 보살상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니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원로 고미술 학자 한 분은 이 불상 사진을 보고 ‘숭고한 미소’라고 까지 표현했다.

필자는 몇 점 안되는 부여 출토 백제 금동 보살상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인 성왕 대 소작으로 보고 있다. 성왕은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성군이다. 이 시기는 양나라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문화를 받아들인 때이다. 왕도 부여는 아시아 제일의 아름다운 도시였을 게다.

이 금동보살상은 머리에 쓴 남조시기 유행한 삼산형 보관(寶冠), X자형 천의(天衣) 등 양식으로 미루어 양나라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음을 알려준다. 대좌까지 완벽하게 갖췄으니 국보급이다.

어제 석가탄신일 맞아 전국 사암에는 연등이 불야성을 이뤘다. 올 연등회는 코로나가 끝나고 5년 만에 열린 행사였다. 올해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백제금동보살입상의 출현은 불자들에겐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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