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한국 축구가 또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월드컵 U-20 출전 젊은 선수들이 예선에서 강호 프랑스를 이기고 16강에서는 에콰도르, 8강에서는 나이지리아를 꺾었다. 모두 우승 후보국이다. 오늘 새벽 4강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싸워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 축구 신드롬이 K-팝, K-푸드와 더불어 이제 전 세계를 환호에 빠뜨리고 있다. 언제부터 한국 축구가 세계정상을 두드리게 됐나. 하기야 준우승까지 차지한 전적도 있었지만 이제 세계에서 한국 축구를 과소평가하지 못하게 됐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폴리의 철문 수비 김민재 선수는 프리미어리그로 진출, 맨유 입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영웅은 토트넘의 득점왕 손흥민이다.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경쟁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 골잡이로 등극했다. 아시아 선수로서는 처음 영광을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한다. 우승컵을 들어 보지 못한 손흥민은 이제 최고의 팀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올여름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은 어느 팀으로 이적해 뛸지가 국민들의 관심사다. 그는 또 괴력으로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킬지 기대가 부풀고 있다.

이번 U-20 월드컵과 유럽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외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벌써 한국 선수들의 멋진 기량에 꽂힌 프로모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 선수들이 얼마 안 가 유럽 무대를 주름잡게 될지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은 왜 축구를 잘할까. 15억 중국인들의 한결같은 의문이다.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어 명감독들을 초빙하고 선수들을 양성했지만 중국은 월드컵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한국과 경기를 하면 주눅이 들어 연전연패 했다. 극도의 공한증으로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 젊은 선수들은 강한 DNA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신라 때부터 이어져온 젊은 무사들의 임전무퇴의 정신이 아닐까. 싸움에 나가서는 물러서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가 오늘의 한국 축구를 성장시킨 정신적 기반이 아닐까.

축구를 즐긴 우리 민족의 역사는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김대문의 화랑세기(花郞世紀)에 보면, 23대 법흥왕이 누이(보현공주)의 아들인 영실공과 함께 궁궐 안 뜰에서 축국(蹴鞠, 축구의 옛날 명칭)을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신라 화랑들은 신체단련의 하나로 축국을 즐겼다. 화랑 김유신은 왕자 김춘추와 마당에서 공을 차다 옷고름을 밟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동생 문희와 연애를 주선한 것은 유명한 일화가 아닌가.

고려 때는 말을 타고 경기를 하는 격구가 유행했다. 역대 왕들 중에는 격구 매니아가 많았다. 예종은 격구에 빠져 정사는 하나 돌보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무신정권이 일어나 폐위됐던 의종(재위 1146∼1170)은 내관이나 호위 병사들을 뛰게 하고 구경만 했다고 한다.

몽고 침입 때 최고 권력자인 최우(崔瑀)는 강화도로 피난하면서도 집 주변 민가 수백채를 강제로 철거, 격구장을 건설했다. 운동장을 바둑판처럼 평평하게 만들었으며 백성들을 동원, 물을 뿌려 먼지가 일지 않게 하는 일이 많아 원망을 샀다는 기록이 전한다. 800년 전에 이미 최우는 사설 경기장을 가지고 경기를 즐겼던 것이다.

이번 U-20 대회에서 우리 선수단에 대한 주심들의 불리한 판정에 분노를 느낀 국민이 많았다. 엄연히 상대 선수들이 파울을 범했는데도 경고는 우리 선수에게 내렸다. 축구는 신사적인 운동이며 페어플레이가 생명이다. FIFA는 해당 주심들에 대한 제재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제 세계 정상을 두드리고 있는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 손흥민에 이어 다른 젊은 선수들도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영웅들로 우뚝 서는 날을 기다려 본다. 대한민국 축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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